‘고성능 배터리 양산’ 허위공시에 1만 8500여 명 ‘피눈물’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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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검, 업체 관계자 9명 기소
사업성·기술력 상습 과장 홍보
비상장주식 매도 815억 챙겨

허위 정보를 활용해 1874억 원의 비상장주식을 매도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표이사 A 씨 등이 몰고 다니던 롤스로이스 등 외제차의 모습. 부산지검 제공 허위 정보를 활용해 1874억 원의 비상장주식을 매도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표이사 A 씨 등이 몰고 다니던 롤스로이스 등 외제차의 모습. 부산지검 제공

고성능 배터리 양산 체제와 독자적 기술·특허를 갖췄다고 허위로 홍보, 1800억 원이 넘는 비상장주식을 팔아 부당이득 수백억 원을 취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운영한 지난해 K-OTC(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대금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한 업체였는데, 대표 등은 부당이익으로 고급 외제차 여러 대를 모는 등 호화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박현규)는 사기적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업체 대표 A 씨를 구속 기소하고 부사장, 경영기획실장 등 관계자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3월부터 독자적인 분쇄기술을 기반으로 철강 부산물을 정제해 ‘그라파이트 시트’를 제조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또 재료, 소재,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고성능 배터리 양산을 위한 밸류체인을 갖췄다고 알렸으나 이는 모두 허위였다.

이들은 이런 허위 정보를 믿은 1만 8595명에게 업체 주식 2126만 주를 1874억 원에 매도해 약 815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 업체는 비상장주식 매매를 위해 만들어진 장외시장 K-OTC에서 지난해에만 1273억 원이 거래돼 시장을 대표하는 종목 중 하나였다.


이들은 비상장주식 매매가 금융당국의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악용해 사업성, 기술력, 거래처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허위·과장 홍보를 일삼았다.

이 업체는 분쇄기술을 활용해 ‘복합 그라파이트 시트’ ‘흑연 음극재’ ‘실리콘 복합 음극재’ ‘UHC 배터리’ 등을 제조·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 업체는 2차 전지산업의 상승세에 편승한 것일 뿐 기술개발도 완료하지 못한 상태였다.

대표이사 A 씨 등 일당은 범죄 수익으로 서울 청담동 소재 주택을 구입하고 롤스로이스, 페라리, 벤츠 등 고급 외제차 여러 대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금감원과 협업해 기초 조사를 완료하고 신속한 압수수색으로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들을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대규모 금융 경제범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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