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지역 문화예술교육 이즈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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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조물조물 사랑방’ 수업 장면. 금정문화재단 제공 ‘조물조물 사랑방’ 수업 장면. 금정문화재단 제공

무용을 반주하기란 쉽지 않다. 몸짓에는 변수가 많아 노련한 지휘자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발레단 상임 지휘경력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 까닭이다. 베를린필을 이끌던 사이먼 래틀은 안무가 로이스턴 말둠과 함께 소외계층 청소년을 위한 무용 프로젝트 ‘리듬 이즈 잇(Rhythm is it!)’을 진행했다. 클래식음악이나 발레와 무관하게 살아온 청소년 250명을 베를린필 공연에 출연하는 것이 목표였다. 리듬이 복잡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 몸짓을 입히는 과정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교사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도록 아이들을 독려했다. 진심이 가닿았을까. 해낼 수 있다는 기대로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내디뎠다. ‘베를린필과 춤을’(2004)은 이 과정을 오롯이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오늘날 문화예술교육이 어떻게 자리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문화예술교육의 역사는 꽤 오래다. 과거에는 교양교육이나 문화 나눔, 예술 체험과 기능교육 정도로 인식했다. 공공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새로운 관객 개발 수단이거나 사교육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2005년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정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설립으로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다. 공공 정책의 대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지원체계와 방식이 고도화되고 프로그램의 수준도 높아졌다. 지역 인식과 재발견, 지역성 탐구는 큰 성과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한계도 자명했다.

최근 제2차 부산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이 수립되었다. 지난해 5차례에 걸친 전문가 집담회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개념과 범위, 가치와 방향성, 지역화 전략, 거버넌스, 전환과 미래를 논의하고, 현장 요구와 지역 현황을 수렴했다. ‘어디서나 모두 함께, 부산문화예술교육’을 비전으로 삼아 일상성, 지역주도성,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포괄적인 장기계획인 만큼 섬세하게 다가서야 할 지점이 적지 않다. 특히 지역화 전략은 가장 우선적인 과제다. 기초문화재단이 2곳밖에 없는 부산의 현실을 감안하면, 광역단위와 기초단위의 연결 고리를 확장하고 거버넌스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문화행정의 전폭적인 지원과 수행단체의 과감한 혁신도 함께해야 한다.

‘리듬 이즈 잇’은 참여자들이 미래를 열고 나아가는 마법의 문이었다. 문화예술교육은 지역을 새롭게 일구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지역 또는 지역균형발전 담론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거나 정치적 수사로 소비되는 현실을 자주 접한다. 지역분권이 지역을 살리는 미래라면, 지역문화예술교육은 지역분권을 실현하는 장이다. 지역에서 사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화의 잰걸음을 내딛는 것은 어떨까. 어디서나 모두 함께, 부산문화예술교육 이즈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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