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는 좋은데 미관이…” 무단횡단 방지시설 ‘딜레마’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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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2009년부터 무단횡단 예방 위해 차선 분리대 설치
교통사고 70% 이상 급감 “긍정적 효과”
파손된 채 방치 사례 늘어…도시 미관 저해 지적도

경남 진주시 대표 관광지인 진주성 앞 차선 분리대 모습. 5~6개가 깨진 채 며칠째 방치돼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 대표 관광지인 진주성 앞 차선 분리대 모습. 5~6개가 깨진 채 며칠째 방치돼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에서 무단횡단 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한 플라스틱 차선 분리대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파손이 잦아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8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진주지역에 설치된 플라스틱 차선 분리대 길이는 총 9.5km에 이른다. 지난 2009년 처음 설치한 이래 해마다 조금씩 확대된 결과다.

차선 분리대는 복선 중앙선이 있는 4차선 이상 도로 중 무단횡단 사고 다발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돼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심의를 거친 뒤 진주시에 요청하면, 시가 설치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효과는 있었다. 지난 5년간 진주시 무단횡단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2018년 71건에서 2019년 82건, 2020년 53건, 2021년 39건, 지난해 34건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특히 차선 분리대가 설치되기 시작한 시점인 지난 2009년 150건과 비교하면 77%나 줄어든 수치다.

부상자 역시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143명에서 2019년 78명, 지난해 30명으로 79% 감소했다.

여기에 차량의 불법유턴 방지 효과까지 생각하면 차선 분리대가 사고 예방 기능을 톡톡히 한 셈이다.

진주경찰서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진주시는 교통사고 사망자 경남 최다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특히 보행자 무단횡단과 운전자 안전운전 불이행 사례가 많았는데, 차선 분리대 설치 이후 사고가 크게 줄어들었다.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선 분리대 설치 이후 무단횡단 사고가 크게 줄었지만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도 많다. 김현우 기자 차선 분리대 설치 이후 무단횡단 사고가 크게 줄었지만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도 많다. 김현우 기자

하지만 차선 분리대가 긍정적인 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보니 파손이 너무 잦아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진주지역에는 차선 분리대가 파손된 채 방치돼 있는 것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깨진 차선 분리대 봉이 바람에 밀려 도로 쪽으로 넘어갈 경우 교통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한 상인은 “차선 분리대가 깨진 채 방치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대로다. 보기도 싫고 위험해 보이는데 좀처럼 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선 분리대 파손의 가장 큰 원인은 교통사고다.

야간에 취객이 발로 차 부순다는 목격담도 있지만 대다수 차가 주행을 하다 차선 분리대를 들이받으면서 파손된다.

여기에 태풍이 불 때 차선 분리대가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꼭 이러한 외부 충격에 의한 파손이 아니더라도, 노후화로 인해 설치 3~4년마다 교체가 필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로선 예산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차선 분리대 2m 길이 1경간(기둥 2개와 그 사이에 끼우는 봉 3개)의 가격은 최소 15만 원 정도다.

현재 진주에 설치된 경간이 4000개가 넘고 파손된 것도 수백 곳에 달한다.


진주시청 인근 차선 분리대도 파손된 채 유지보수를 기다리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진주시청 인근 차선 분리대도 파손된 채 유지보수를 기다리고 있다. 김현우 기자

시는 한해 교통시설물 유지보수 비용으로 15억 원을 편성한다.

과속방지턱과 표지판 등 교통시설 전체에 드는 비용이다 보니 차선 분리대에만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2억 원 정도를 투입했지만 전체 차선 분리대를 손 보는 데 역부족이었다.

돈을 들이더라도 수리가 곧바로 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경남에는 차선 분리대 제작 업체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곳이 경북 정도인데, 그나마도 주문하면 보름이 지나서야 제품이 내려온다.

그 사이 계속해서 차선 분리대 파손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제때 유지보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시 관계자는 “파손이 잦아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 계속해서 유지보수를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크다. 파손이 되지 않도록 운전자들이 최대한 안전운전을 해주는 게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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