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발전기금 고갈… 제2의 봉준호 사라지나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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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영화관 입장권 반토막
기금 마련 원천 줄어 연말께 바닥
작년 584억에서 27억만 남을 듯
비상업주의 영화 지원금 치명타
지역으로 갈수록 돈 가뭄 더 심각

사진은 지난 2020년 9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자 봉 감독과 출연배우 등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AP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2020년 9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자 봉 감독과 출연배우 등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AP연합뉴스


한국 영화 제작 지원과 도약을 이끈 영화발전기금이 올해 말 고갈될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부산 등 지역 영화계의 생존이 어려워지고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영화발전기금 재원인 극장 매출이 크게 줄어든 여파가 영화관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된 셈이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말 영화발전기금 여유 자금은 27억 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사내 유보금 약 584억 원에 예상 자체 수입 304억 원을 더해 888억 원을 모을 수 있지만, 사업비·운영비·이자로 약 861억 원을 지출해야 하는 실정이다.

영화발전기금은 영화관 입장권 전체 매출의 3%를 징수한 금액이 주요 수입원이다. 전국의 독립·예술영화 제작과 개봉을 지원하고, 부산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등에서 영화인을 키우는 데 쓰인다. 지역 영화의 기획과 제작뿐 아니라 문화 활성화 등에도 사용된다. 세계 주요 영화제와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도 한다.



문제는 당장 올해 말 영화발전기금이 고갈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영화관 입장금 부과금이 크게 줄어든 여파가 가장 크다. 2억 명의 관객을 넘긴 2019년에는 545억 8200만 원이 걷혔지만, 관객이 급감한 2020년에는 105억 2200만 원까지 줄었다. 2021~2022년에도 부과금은 170억 원대에 그쳤다.

영진위는 올해 극장 회복세에도 부과금 수입은 최대 260억 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1년 10월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부과금 징수 대상에서 제외된 영화관이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 3년간 월 평균 입장권 판매액보다 50% 이상 감소한 영화관에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극장 수는 561개였는데 올해 1월 기준 부과금이 제외된 상영관은 119개였다.

영화발전기금이 고갈되면 지역 영화계와 지역 기반 독립·예술 영화 등에 특히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오민욱 대표는 “지역 창작자 제작 지원과 문화 활성화 사업 등은 그렇지 않아도 비중이 작았다”며 “전체 예산이 줄어들면 지역 지원 역시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영화발전기금은 중·저예산 영화에 지원되는 비율이 높아 기금 가용이 줄면 제2~3의 봉준호와 박찬욱의 등장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PD는 “투자 펀드로 움직이는 대형 상업 영화보다 지역·독립 예술 영화가 타격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계에선 이제 국가 차원의 기금 출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다가와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 확대 등으로 극장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적어도 위기 탈출까지 정부가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시에 OTT에도 영화발전기금을 부과하는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OTT 시장이 커졌지만, 부과 대상은 여전히 극장 개봉 영화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당장 내년에 기금을 마련할 방안을 찾는 실정이다. 영진위 박기용 위원장은 “지난해 예산이 없어 공적 자금 800억 원을 빌렸는데 올해 지원받은 예산은 그 돈을 상환하는 데 모두 쓴다”라며 “지금부터 내년 사업을 계획해야 하는데 추가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면 지역 지원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업을 불가피하게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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