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10년 만에 3167억 규모 중대형 상선 수주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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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과 9000TEU급 건조 계약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2척
친환경 선박 기술력 재확인
적극적 수주전·선제 대응 결과
탄소 중립 구현·시장 주도 야심

HJ중공업이 15일 HMM으로부터 중대형 상선 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유상철 HJ중공업 대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김경배 HMM 사장. HJ중공업 제공 HJ중공업이 15일 HMM으로부터 중대형 상선 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유상철 HJ중공업 대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김경배 HMM 사장. HJ중공업 제공

속보=부산 조선업계가 10년 만에 중대형 상선 수주에 성공했다. 수년째 정부의 조선산업 지원 정책에서 소외당한 부산(부산일보 2022년 12월 12일 자 2면 보도)이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나서 거둔 값진 성과다.


HJ중공업 조선 부문은 “HMM과 3167억 원 규모의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선박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고 기존 컨테이너선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하기 위해 지난해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건조 의향을 타진하는 등 메탄올 추진선 수주를 준비해 왔다.

HJ중공업이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각광받는 메탄올 추진선 수주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기존 연료인 LNG는 영하 162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데 비해 메탄올은 상온과 일반적인 대기압에서 보관이나 운반이 가능하다. 배출되었을 때도 자연 분해되어 해양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HJ중공업은 “그간 축적한 친환경선 건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부산 상공계의 환호가 쏟아진 건 부산에서 10년 넘게 종적을 감췄던 중대형 상선 수주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HJ 중공업이 9000TEU급 이상 상선을 마지막으로 수주한 건 필리핀 수빅조선소 시절 2013년이다. 수빅에서 철수한 이후에는 중형급 영도조선소를 운영하는 동안 대형 상선 수주는 씨가 말랐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10년 안에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을 150만TEU 이상 끌어 올린다는 해양재건 가속화 계획을 세웠지만, 거제와 울산 등 타 시도 조선사에 대형 선박 발주를 몰아주면서 부산 조선업계는 소외를 받아왔다.

울산과 거제 등지에 위치한 대형 3사는 조선산업 지원 정책에 따라 별다른 수주전 없이도 여러 척의 대형 선박을 수주했다. HJ중공업은 영도조선서의 독(dock)이 협소하고, 설비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1만 TEU급 이상의 선박 수주에서 밀려나며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봤다.

그러나 지난해 말 HMM이 발주한 9000TEU급 중대형 상선 9척은 모두 영도에서 건조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박형준 부산시장과 이성권 경제부시장을 비롯해 부산시 전체가 적극적으로 수주전 지원에 나섰다.

HMM이 발주한 9척 중 2척은 HJ중공업이, 7척은 전남 영암군에 본사를 둔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하게 됐다. HJ중공업의 이번 수주로 수년간 선박 건조에 수반되는 각종 부자재 발주가 이뤄져 부산의 조선기자재업계에도 단비가 내릴 전망이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성과를 통해 HJ중공업은 대형조선사에 견줄만한 친환경 선박 기술력은 물론 컨테이너선 경쟁력까지 재확인했다“며 “메탄올 추진선을 비롯해 탄소제로를 구현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력을 축적해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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