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내 최악 참사”… 9일 만에 4만 명 이상 앗아 간 강진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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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참사

84년 전 에르진잔보다 피해 커
생환자 소식에도 희망 사라져가
일부 지역 수색 종료·건물 철거
유엔 “이제 구호 집중해야할 때”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지진 생존자들은 영하의 날씨와 구호물자 부족 등의 이유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이스켄데룬에서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선 이재민.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지진 생존자들은 영하의 날씨와 구호물자 부족 등의 이유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이스켄데룬에서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선 이재민.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지진 생존자들은 영하의 날씨와 구호물자 부족 등의 이유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인근의 대피소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 AFP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지진 생존자들은 영하의 날씨와 구호물자 부족 등의 이유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인근의 대피소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 AFP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강진이 발생한 지 9일이 흐른 시점에서 사망자가 4만 명을 넘어서 이번 지진은 100년 내 유럽 최악 참사로 평가됐다. 기적적인 생존자 발견도 이어졌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당수 지역의 수색도 종료되면서 국제사회가 생존자 구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라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튀르키예에서 3만 5418명이 사망했다. 시리아에서 집계된 사망자도 5800명 이상이어서 두 나라에서 4만 1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만 7000명이 목숨을 잃었던 1999년 대지진은 물론 1939년 12월 27일 동북부 에르진잔 지진 때 사망자 수 약 3만 3000명보다도 인명피해 규모가 큰 것이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담당 국장은 이번 튀르키예 지진에 대해 “유럽지역에서 발생한 100년 내 최악의 자연재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지진 피해 지역에서 기적의 생환자 소식이 들려온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 지역의 한 아파트 블록에서 17세와 21세 형제 2명 등 모두 9명이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구조된 형제는 보디빌더인 동생이 평소 먹고 있던 단백질 보충제 가루와 자신들의 소변을 먹으며 구조를 기다렸다고 한다. 또 안타키아에서는 시리아인 남녀가 잔해 속에 200시간 이상 갇혀 있다 구출되기도 했다. 현지의 한 구조대원은 생존자를 더 찾을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알렸다.

하지만 통상 지진 발생 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간주되는 72시간이 훌쩍 지남에 따라 매몰자의 생존 가능성도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이 때문에 수색을 종료하는 곳도 늘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 10개 주 가운데 7개 주에서 구조 작업이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수색·구조 작업을 종료하고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피해가 심각한 곳 중 하나인 안타키아에선 건물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반군 진영의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 대표 레드 알 살레도 “시리아 북서부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이 종료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구조에서 생존자 보호로 국면이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10년 이상 지속된 내전에다 강진의 직격탄까지 맞은 시리아에서는 생존자들이 여전히 부족한 구호물자로 고통을 받고 있다. 시리아 정부가 반군이 장악한 북서부 지역에도 접근 가능하도록 유엔과 두 곳의 국경을 개방하기로 합의했지만,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지역의 이재민은 자신의 집이 서 있던 잔해 더미를 가리키며 “우리는 거리에서 자고 있다. 국제사회의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호소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난로도, 담요도,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우리 머리 위에 텐트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클루게 국장은 “피난민들의 구호품 수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면서 “두 나라에서 2600만 명의 사람에게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추운 날씨에다 열악한 위생 상태, 전염병 확산 등 새로운 문제가 등장해 취약한 이재민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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