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06. 어렴풋이 빛나는 태양, 추연근 ‘천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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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연근(1924~2013)은 대구 출생으로, 대구 계성중학교 재학 시절 서양화가인 서진달(1908~1947)을 사사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덴리외국어전문학교(현 덴리대학)를 다니던 중 일본군에 징집되어 광복 후 귀국했다. 1946년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1기생으로 입학했으나, 동맹 휴학을 주도하다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중퇴하게 됐다.

추연근은 1950년대 초반부터 부산을 중심으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경남여자중학교 미술 교사, 부산대학교 강사 등을 지내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부산일보 편집국장,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위원, 부산산업대학교(현 경성대) 예술대학장을 역임했다.

추연근은 한국전쟁 당시 김인승, 김원 등과 함께 국방부 정훈국 미술대 소속 종군화가단으로 활동하며, 첫 개인전으로 종군기록화전을 개최했다. 종전 후인 1956년에는 하인두, 김영덕과 청맥(靑脈) 동인을 결성했으며, 부산일보에 재직 중이던 1965년에는 서울 중심의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대한 반발로 대한민국국민미술전(민전)을 창립하기도 했다.

추연근의 작품에는 바다, 항구, 강 등 부산 일대의 일상 풍경이 자주 등장하는데 거친 붓 터치, 간결한 구성과 묘사로 조형성을 살린 점이 특징이다. 그가 작업 초기부터 선보인 ‘흑태양’ 연작은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검은 태양으로 표현하여, 다가올 밝은 내일을 염원하는 기대를 담고 있다. 이후 ‘영(映)’ ‘상(翔)’ ‘분(奔)’ 등의 부제를 단 연작을 발표했다. 또한 ‘승화’ 연작에서는 인물 군상이 서로 뒤엉킨 이미지를 통해 시대에 저항하는 정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천마산’(1957)은 추연근이 청맥 동인 활동 시기에 제작한 회화로, 부산 천마산 인근의 바다 풍경을 담고 있다. 화면 중심에 넓게 펼쳐진 남해와 그 너머 영도의 모습이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구도로 표현되었다.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넓은 면으로 두텁게 덧칠하여 마티에르를 강조한 반추상적 경향의 작품이다. 어두운 색조가 두드러지는 화면 속 어렴풋이 빛나는 태양이 관조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선주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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