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10조 규모 사회 공헌 프로젝트 ‘속 빈 강정’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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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 재원만 늘려 공헌액 뻥튀기
대출금리 인하 등 체감 대책 필요

16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서민을 힘들게 하는 고금리 수익으로 은행권의 퇴직금·성과급 등 '돈 잔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은행권은 서둘러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서민을 힘들게 하는 고금리 수익으로 은행권의 퇴직금·성과급 등 '돈 잔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은행권은 서둘러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의 ‘고립무원’ 처지가 심화되고 있다. ‘돈 잔치’ 비판에 부랴부랴 10조 원 규모의 사회공헌책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출금리 인하 등 실질적 조치는 없어 여론이 더욱 악화되는 형국이다. 특히 은행들이 ‘과점체제’를 이용해 손쉽게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다는 비판마저 커지며 정부는 결국 ‘구조개혁’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며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 13일 은행의 성과급 지급을 ‘돈 잔치’로 규정한지 불과 이틀 만에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유례 없는 대통령의 직접적 비판에 당혹한 은행권도 전날 황급히 10조 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알맹이 없는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10조 원 지원액 대부분이 보증배수 효과에 따른 이른바 착시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보증 재원만 일부 늘려서 보증액의 10배가 넘는 추산하는 대출 증가액을 지원액으로 명시한 것이다. 실제 은행권 공동 재원 규모는 기존에 발표한 5000억 원에 추가로 2800억 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와 여론의 싸늘한 반응은 결국 윤 대통령도 지적한 ‘과도한 예대금리차’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의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 확대가 아닌 국민 대다수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빚 잔치’에 놓인 반면 은행들은 막대한 예대마진으로 수십조 원의 수익을 올리며 ‘돈 잔치’를 벌인 것이 국민적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실제 은행의 예대금리차(잔액 기준)는 2021년 12월 2.21%포인트(P)에서 작년 12월 2.55%P로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예금금리보다 훨씬 빠르게 올린 것도 여론 악화를 부추겼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순이익 증가로 연결됐고 결국 은행들은 이를 바탕으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기본급의 300~400%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4대 은행의 직원 평균 총급여(성과급 포함)는 2021년부터 이미 1억 원을 넘어섰고, 작년 말부터 은행을 떠난 희망퇴직자에게는 최대 39개월치 월평균 임금과 재취업 지원금 등을 포함해 1인당 평균 6억~7억 원의 퇴직금도 줬다

여기에 연말 연초 영업시간 복원 논란마저 불거지면서 여론은 더욱 싸늘하게 식었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맞춰 은행권 노사가 영업시간 복원 문제를 논의했지만, 은행 노조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업시간 복원에 미적대면서 금융소비자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처럼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기반으로 한 은행의 ‘돈 잔치’ 논란은 결국 은행의 강제 개편 위기도 키웠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상반기 중 급여나 성과급 체계부터 지배구조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과 관련해 현재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금감원 임원들에게 지시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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