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국립’ 문화예술기관 교류로 더 다양해진 부산 무대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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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축원’
17~18일 국립남도국악원 ‘섬’
이달 열린 부산 공연 모두 ‘호평’

지난 17~18일 부산에서 공연한 국립남도국악원 대표 작품 ‘섬’ 공연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지난 17~18일 부산에서 공연한 국립남도국악원 대표 작품 ‘섬’ 공연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지지난해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달려들어 유치 경쟁을 벌였다. ‘이건희 컬렉션’이 가져다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국립’ 문화예술기관이 지역에 옴으로써 생기는 여러 가지 이점을 생각한 측면이 컸다. 결론적으로는 “결국 또 서울”이 됐지만 말이다.

뜬금없이 이건희 미술관 이야기를 소환한 이유는, ‘국립’ 문화예술기관이 우리 지역에 있음으로써 연구 사업은 물론이고 공연문화예술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어서다. 최근 부산을 잇달아 다녀간 두 국립문화예술기관 공연을 보면서 그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국립국악원의 세 번째 지방 분원으로 2008년 개원한 국립부산국악원이 있어서 이런 우수한 교류 공연 무대가 자연스럽게 성사된 게 아닐까 싶었다.

지난 3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축원’ 공연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지난 3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축원’ 공연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이달 3일 국립부산국악원 교류 공연 하나로 부산에서 ‘축원’을 공연했다. 지난 17~18일엔 국립남도국악원이 대표 작품 ‘섬’으로 부산 관객을 만났다. 국악 공연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데, 두 작품 모두 관객 반응이 좋았다. ‘축원’은 우수한 연주 기량을 갖춘 국립 연희자 60여 명이 부산에 와서 공연했는데, 서도소리 유지숙 명창이 들려준 소리와 관현악을 위한 ‘바람과 나무와 땅의 시’(편곡 이정면)는 특히 반응이 좋았다. 마지막 곡으로 들려준 설장구 협주곡 ‘소나기’는 국립부산국악원 기악단 단원 2명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협연으로 호흡을 맞춰 음악 교류와 화합의 의미를 더했다.

지난 17~18일 부산에서 공연한 국립남도국악원 대표 작품 ‘섬’ 공연 장면.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지난 17~18일 부산에서 공연한 국립남도국악원 대표 작품 ‘섬’ 공연 장면.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섬’ 공연 때는 전라도 사투리를 알아듣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도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한 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18일 공연을 보고 나오다 ‘섬’의 음악감독을 맡은 김영길 아쟁 명인을 만났다. 그는 “부산 사람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해서 매우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관객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고 했다. 솔직히 정칠놈이라든지 둥덩애, 모지리 같은 전라도 사투리를 알아듣긴 힘들었다. 그런데 모든 가사를 알아들어야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오페라 아리아를 들을 때 원어 그대로 알아듣지 못해도 감동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성악단 단원들이 전문 배우가 아닌 데다 무선마이크 착용이 서툴러서 대사 전달이 썩 좋지 않았던 점은 아쉬웠다. 그런데도 남도 지방에서 불리는 향토민요와 무가를 한 작품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섬’은 꽤 의미 있는 시도라 할 만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우리가 술비소리(출항 전에 풍어를 빌며 밧줄을 꼬면서 부르는 노래), 미역 따는 소리, 둥덩애타령(전라남도 해남군 부녀자들 사이에서 불리는 민요)을 들어보겠는가 말이다.

국립부산국악원 작품도 올해 순회 공연에 나선다. 이정엽 원장은 “부산 동백섬의 인어상 설화를 배경으로 한 어린이 국악극 ‘인어공주 황옥’을 남원에 위치한 국립민속국악원과 진도에 위치한 국립남도국악원에서 공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록 ‘국립’ 문화예술기관끼리의 교류와 협력이지만, 이런 시도는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지역문화 다양성 지수를 높이는 데 이만한 기획도 드물다 싶어서다. 부산 시민 입장에서도 단돈 1만 원(S석은 80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 수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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