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하는 국회법' 무시, 정쟁에만 골몰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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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심사소위 월평균 0.6회 개최 그쳐
세비 삭감, 명단 공개 등 페널티 필요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주호영 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측 간사 박홍근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주호영 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측 간사 박홍근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연일 울리고 있다. 폭등한 기준금리와 치솟은 대출이자, 난방비 등 물가 상승, 무역 적자 행진,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서민,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탄탄했던 기업마저 고통 받고 있다. 이런 위기를 타개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법안들이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쌓이고 있다. 전세 사기와 관련된 시급한 민생침해범죄 관련 법안도 법안심사소위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정쟁과 집안싸움으로 점철된 국회로 인해 국민의 고통만 커지는 딱한 상황이다.


실제로 ‘일하는 국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어 가지만, ‘월 3회 이상 법안소위 개최’ 최소 규정을 지킨 국회 상임위원회가 단 한 곳도 없다고 한다. 2022년에는 법안소위 개최 실적도 저조해 17개 상임위가 월평균 0.6회(총 122회)를 열었을 뿐이다. 특히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해에 단 한 차례도 법안소위를 열지 않았고,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는 단 두 차례 개최했을 뿐이다. 국토위의 경우 법안소위가 5개월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국회 법안 심사와 상정의 신속화 등 의정 활동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2021년 3월부터 시행된 ‘일하는 국회법’이 서랍에서 낮잠을 자는 모양새다.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서민과 기업의 한숨이 여의도 국회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국회가 멈춰 서면서 경제를 회생시키고, 서민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만 날리고 있다. 여야는 또다시 ‘3월 임시국회’를 놓고 진흙탕 싸움에 돌입했다고 한다. 169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지키지도 않는 ‘일하는 국회법’의 매달 1일 임시회 개최 규정에 따른다는 명목을 내세워 2월 임시국회가 끝난 바로 다음 날인 3월 1일 임시국회를 소집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1일 임시국회 개최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악용한 ‘이재명 방탄용’이라면서 6일부터 하자고 맞서고 있다. 국회가 민생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정쟁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여야 모두에게 국회가 지금 이러고 있을 여유로운 상황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회는 오랫동안 ‘국가의 발목을 잡는 비효율 집단’이란 오명을 받아 왔다. 국회의 본업인 법안 심사조차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것은 국회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이는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유권자에게 정치 혐오만 가중시킬 뿐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과 정당은 다음 총선에서 표심으로 징계해야 한다. 또한, 벌칙 규정 등 강제할 수단이 없는 ‘일하는 국회법‘에 세비 삭감과 명단 공개 등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도 강구해야 한다. 국민이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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