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난민선 난파에 59명 사망… ‘지중해의 비극’ 반복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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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150명 이상 탄 목선 침몰
갓난아기·7세 아동 시신도 나와
멜로니 “밀입국 브로커의 책임”
야당 “EU에 충분한 대책 없어”
2014년 이후 2만 명 사망·실종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서남부 칼라브리아주의 쿠트로 해변에서 구조대원들이 난민 선박 난파 사고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이날 칼라브리아주 크로토네시 앞바다에서는 난민 150명 이상을 태운 선박이 침몰해 최소 59명이 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서남부 칼라브리아주의 쿠트로 해변에서 구조대원들이 난민 선박 난파 사고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이날 칼라브리아주 크로토네시 앞바다에서는 난민 150명 이상을 태운 선박이 침몰해 최소 59명이 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난민 150명 이상이 승선한 목선이 이탈리아로 향하던 중 침몰해 어린이를 비롯해 적어도 5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동안 난민 유입을 막았던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 정부는 밀입국 브로커에 이번 사고 책임을 돌렸지만, 유럽연합(EU)에서는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은 유럽으로 이주하는 난민을 태운 목선이 지난 26일 오전(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해안 근처 바위에 부딪혀 어린이 12명을 포함해 최소 5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나흘 전 튀르키예 서부 항구 이즈미르에서 출항한 이 목선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소말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난민이 타고 있었으며 동트기 전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주 동부 해안 휴양지 인근의 거친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 이탈리아 경찰, 해안경비대 등은 헬리콥터와 구명용 전동보트 등을 동원해 수색·구조 활동을 벌였다. 당국은 이날 해안에 높은 파도가 일어나면서 수색 활동에 애를 먹었다. 사망자나 실종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방 정부 관리인 마누엘라 큐라는 로이터통신에 “난파선에서 81명이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생존자 중 20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생존자 중 한 명을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했다. 현장을 방문한 마테오 피안테로시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배에 150~200명의 난민이 승선했다는 생존자들의 보고가 있었다. 이중 20~30명이 실종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해변에 떠내려온 시신 중 겨우 몇 개월 된 아기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현장의 한 응급 의사도 7세 아동 시신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우리가 난파선 부근에 도착했을 때 사방에 떠다니는 시신을 봤고, 아이를 안고 있던 두 남자도 구조했다”면서도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이탈리아 난민 유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분쟁이나 빈곤을 피해 수많은 사람이 매년 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건너가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는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들어가려는 난민 선박이 입항을 시도하는 주요 경로 중 하나다. 이번에 난파된 배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지중해 중부 항로는 사고 위험이 높은 경로로 알려져 있다. 모니터링 그룹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지중해 중부 바다에서 2만 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지난해 이탈리아로 건너오는 이민자들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사고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표명하면서도 인신매매범을 비난했다. 그는 성명에서 “안전한 여행이 될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로 난민들이 지불한 티켓의 가격과 남성, 여성, 아이들의 삶을 교환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다”며 “정부는 이들의 출발을 막고, 이러한 비극이 전개되는 것도 막을 것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극우 성향의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국제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의 구조 활동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이주민 구조 후 지체 없이 지정된 항구로 향해야 하며 구조선 운영 단체는 구조 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탈리아 야당인 오성운동 소속 라우라 페라라 유럽의회 의원은 성명을 통해 “밀입국 브로커들만 비난하는 것은 위선”이라며 “현재 EU는 조국을 강제로 떠나야 했던 사람들을 위한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죽은 이들, 행방불명된 이들, 살아남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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