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지층 모른 채 공사하다 붕괴… 문제는 질 나쁜 지층 ‘끝 아니라 시작’ [대심도 붕괴 사고]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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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지점은 질 나쁜 지층 초입부 해당
향후 수십m 구간에 비슷한 현상 예상
지층 성질 분석한 뒤 세심한 굴착해야

지난달 26일 부산시와 공사 관계자들이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 부산시 제공 지난달 26일 부산시와 공사 관계자들이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 부산시 제공

지난달 25일 부산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토사 붕괴 사고는 불안정한 지층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공사 작업을 진행하다 일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고 지점은 풍화가 상당히 심한 초입부에 해당하며, 이후 이어지는 수십여m 구간에서 지층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대심도 터널 사고현장을 방문해 실사에 참여했던 부산대 임종철 토목공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나온 흙을 확인해 보니 부분적으로 토사화가 많이 진행돼 있었다”며 “사고 지점은 질이 나쁜 지층의 초입부라고 볼 수 있다. 수십여m 구간에서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 앞으로 더 불안정한 지층 골짜기와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만일 대심도 구간의 지층에서 다량의 물이 나오거나 단층대를 발견하게 되면 굉장히 곤란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그럴 가능성은 크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계측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도시철도의 안정성 등에도 현재로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지점은 도시철도 3호선과 불과 32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는 “지층이 불안정하더라도 미리 예측한다면 지금까지 나온 공법과 기술로 이를 보완하며 공사할 수 있다”며 “비용과 시간이 많이 투입되더라도 사고 지점처럼 질이 나쁜 지층 구간에서는 마주하게 될 지층의 성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작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선진 시추’와 같은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층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수십여m 앞의 지층 성질을 분석한 뒤에 작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다수의 단층대가 있었던 만덕터널 공사 때에도 적극 활용됐다.

강문기 전 한국토질·기초기술사회 회장도 안전을 우선시한 시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전 회장은 “사고 구간처럼 상부에 지하철이나 구조물이 있는 구간에서는 특별하고 세심한 굴착이 필요하다”며 ‘페이스매핑’ 기법 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강 전 회장은 “전문가들을 투입해 터널을 파려고 하는 부분의 암석 상태나 흙의 분포 등을 면밀하게 점검해 지도를 그리듯 꼼꼼하게 살피는 일이 바로 페이스매핑”이라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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