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출산율 한국 주목한 외신… ‘암울한 미래’ 전망 [코리아 리포트]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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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인구 발표 앞다퉈 보도
아이 낳기 포기하는 한국 현실
부동산 가격 상승·인식 변화 탓
‘노인과 바다’ 부산 주목 매체도
암호화폐로 청년 유입 노리지만
“고령화 문제 해결 역부족” 지적

지난달 외신은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합계출산율(0.78)에 대한 보도를 쏟아 냈다. 올 1월 12일 부산 부산진구청 어린이집에서 원생들이 한복을 입고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달 외신은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합계출산율(0.78)에 대한 보도를 쏟아 냈다. 올 1월 12일 부산 부산진구청 어린이집에서 원생들이 한복을 입고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부산일보DB

‘합계출산율 0.78명’

지난달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잠정)’ 등의 자료(busan.com 지난달 22일 보도)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지난해 한국은 가임 여성 1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데다 전 세계에서도 여전히 꼴찌다.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합계출산율 2.1명은 유지돼야 한다. 통계청의 이 같은 발표는 사실상 한국인의 ‘멸종’을 예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인구 재앙과 원인을 진단한 외신 보도가 쏟아졌다.


■한국의 암울한 미래

외신이 한국의 위기를 보도할 때 단골 소재가 북핵 위협이지만, 지난달 22일 이후에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갈아치운 ‘아시아 네 번째 경제대국’ 한국의 암울한 미래를 전했다. ‘한국,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 경신’(CNN) ‘인구 위기 심화된 한국, 출생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다’(가디언) ‘한덕수 총리 “한국, 인구감소 재앙 직면”’(더 타임스)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 다시 하락’(로이터). 이들 보도 제목만 살펴봐도 한국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 출산율은 한국 사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디언은 한국을 합계출산율 1 미만인 유일한 국가로 소개하고 “세계 최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로 한국은 수십 년 안에 고갈될 수 있는 연금 시스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외신이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살인적인 교육 경쟁 △정체된 임금 △결혼·양성평등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일본의 영자 매체 니케이아시아는 ‘독신으로 지내는 한국인들의 선택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기사에서 독신을 추구하는 한국의 ‘비혼’ 현상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매체는 특히 한국의 기업들이 미혼 사원에게 기혼자와 동일한 혜택을 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알렸다. 보통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제공되는 교육비 지원 등의 각종 사내 복지 혜택은 미혼 사원과 실질적 임금 격차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더불어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CNN이 이 점을 짚었다. CNN은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한부모 가정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으며 미혼 여성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못 받는다”면서 “동성 부부처럼 전통과 어긋난 커플은 차별당하고 미혼모의 입양도 굉장히 어렵게 설정해놨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을 소개한 블룸버그통신 기사. 블룸버그 캡처 사진은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을 소개한 블룸버그통신 기사. 블룸버그 캡처

■‘노인과 바다’ 부산과 암호화폐

최악의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은 동전의 양면이다. 국내에서도 두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 중인 대표적인 도시가 부산이다. 언제부터인가 부산에는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현실에 빗대 ‘노인과 바다’라는 표현이 부산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급기야 외신도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을 주목했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14일 부산의 암호화폐 거래소 활성화 정책을 소개한 ‘인구 고령화에 대한 한국 도시의 해답: 암호화폐 허브’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유엔과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하며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에 속하는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면서 “특히 지난해 9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21%로 증가한 부산이 가장 심각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부산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1952년 출간된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 〈노인과 바다〉는 이 항구 도시를 묘사할 때 자주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부산시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바로 ‘암호화폐 허브’ 구축이라고 소개한다. 게다가 암호화폐 산업이 인구 구성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부산시가 처음일 수 있다며 놀라워한다. 부산시는 현재 암호화폐를 사고 팔 수 있는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가 부산의 고령화 진행 완화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일까. 박광희 부산시 디지털자산거래소추진팀장은 “젊은 층은 암호화폐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우리는 디지털 자산과 금융 상품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블룸버그에 설명했다. 다시 말해 부산에 암호화폐 허브가 구축된다면 젊은 층 유입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부산시의 이 같은 주장에 다소 회의적이었다. 세종연구소의 최은주 연구위원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허브 구축만으로는 고령화 문제를 푸는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부산의 교육 환경 등 다른 선택지가 서울에 견줘 좋지 않기 때문에 부산이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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