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 글씨 잘 보이니?” 초등생 자녀 시력 체크해야 하는 이유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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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8세 때 시력 발달 완성돼 평생 사용
근시 일찍 시작되면 고도근시 가능성 커져
드림렌즈, 아트로핀 안약 등으로 근시 억제

최근 소아 근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만 6~8세는 시력이 완성되는 시기이므로 안과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최근 소아 근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만 6~8세는 시력이 완성되는 시기이므로 안과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칠판 글씨는 잘 보이니?”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면 해야 할 질문이다. 시력은 만 6~8세에 완성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시력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의 근시 유병률은 만 18세 무렵 90%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코로나 이후 실내 위주의 생활, 온라인 수업, 스마트폰 사용 증가 등으로 근시 어린이와 청소년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 6~8세 시력이 평생 좌우

영아는 엄마 얼굴을 어렴풋이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만 3세에 0.6 정도의 시력에 도달하고, 평균적으로 만 6~8세에 성인의 정상 시력인 1.0에 도달한다. 이때의 시력으로 평생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린이 시기의 시력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어린아이들은 본인의 증상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고, 한쪽 눈의 시력만 떨어진 경우에는 더더욱 시력의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만 3세에 시행하는 국가영유아검진의 시력 검진을 반드시 받아야 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안과 전문의를 찾아 시력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만 3세 이전이라도 아이가 눈을 많이 비비고 깜박이는 경우, 얼굴을 찡그려서 TV를 보거나 가까이서 보려 하는 경우, 엄마와 눈 맞춤이 잘 안되고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는 증상 등이 있다면 안과를 찾아야 한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안과 김수진 교수는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주의해야 할 눈 질환은 근시다”며 “근시는 신체 성장이 멈추는 18~20세까지 진행하는데 일찍 시작된 근시일수록 고도근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시기에 고도근시로 진행하면, 성인이 되어 망막박리·황반변성·녹내장 등 여러 눈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근시가 많이 진행하는 것을 늦춰주는 예방적 치료가 중요하다. 과거에는 근시로 인해 시력이 떨어지면 안경 도수를 높여서 교정시력을 계속 올려주는 식으로 소극적인 대처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몇 가지 치료 방법이 근시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적 치료를 할 수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안과 김수진 교수가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양산부산대병원 안과 김수진 교수가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드림렌즈와 아트로핀 안약 치료

어린이 근시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대표적인 치료법에는 드림렌즈라고 불리는 각막굴절교정렌즈와 아트로핀 안약 치료가 있다.

드림렌즈는 밤에 잘 때 착용하는 특수한 형태의 하드콘택트렌즈다. 각막의 형태를 편평하게 만들고, 주변부 망막으로의 초점이 망막 뒤에 맺히는 것을 막아 안구 성장과 근시 진행을 막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 중 작용한 렌즈의 효과가 렌즈를 빼고도 하루 정도 지속돼 낮에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근시가 심한 경우와 각막 형태가 지나치게 볼록하거나 편평한 경우에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또한 렌즈로 인한 결막염, 각막염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트로핀은 안구 길이 성장을 억제해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추는 점안약이다. 매일, 격일, 혹은 주 2~3회 점안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0.05%의 저농도 아트로핀이 치료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말 만 4세부터 처방 가능한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약이 식약처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드림렌즈와 달리 시력 교정 효과는 없어 낮에 안경을 써야 한다. 간혹 점안 후에 눈부심이나 가까이 있는 사물이 일시적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최근 출시된 마이사이트 소프트렌즈는 낮 동안 착용해 근시를 교정하고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근시 교정과 근시 완화 목적으로 특수 고안된 렌즈로, 드림렌즈 착용이 힘들어서 포기했거나 부작용으로 중단했던 경우에 사용해 볼 수 있다.


■발견 늦을수록 치료 어려운 약시

근시 외에 주의해야 할 또 다른 질환은 약시이다. 약시는 영유아 시기에 시력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정상 시력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제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평생 부족한 시력으로 지내야 한다.

양산부산대병원 안과 김수진 교수는 “간혹 어릴 때 시력이 나쁘더라도 커서 라식을 하거나 더 나이 들어 백내장 수술을 하면 시력이 좋아지지 않느냐고 묻는 보호자들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약시 치료를 제때 하지 못해 교정시력이 0.5에 머물렀다면 이 아이가 평생 가질 수 있는 최고 시력은 0.5이다. 약시는 조기에 발견해 시력 발달이 완료되기 전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 시기 시력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한자리에서 근거리를 오래 보지 않는 것’이다. 근거리를 많이 볼수록 근시가 빠르게 많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책을 보는 거리는 대략 40~50cm를 유지하고, TV는 2.5m 거리를 두거나 화면 크기의 5배 거리에서 보도록 한다. 가능한 한 야외 활동을 많이 해 원거리에 있는 사물을 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또한 초콜릿이나 에너지음료 등 과량의 카페인이 든 음식 섭취는 줄이고 녹황색 채소와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좋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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