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경남 공무원 무더기 뇌물 연루된 납품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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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단속기 납품 도와주고 대가 받아
자정 노력과 유착 비위 근절대책 절실

부산·경남 광역·기초지자체 공무원들과 업체 브로커가 유착된 관공서 무인단속기 납품비리 범행 개요도. 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부산·경남 광역·기초지자체 공무원들과 업체 브로커가 유착된 관공서 무인단속기 납품비리 범행 개요도. 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부산·경남 공직 사회에 납품을 둘러싼 뇌물형 비리가 여전하다. 납품비리에 편승한 브로커도 활개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와 연제구, 경남 김해시와 양산시 소속 공무원 5명이 수년간 관공서 무인단속기 납품 과정에서 각각 수백만~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적발됐다. 뇌물을 준 납품업체 브로커 1명과 수사 기밀을 브로커에게 누설한 부산경찰청 간부 1명도 함께 단속됐다. 광역·기초지자체 공무원이 무더기로 연루되고 경찰까지 포함된 납품비리는 공직자와 업자 간 유착 비위가 아직도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공무원 개개인은 물론 공직계 전체의 자정 노력이 요구된다.


6명이 구속 기소되고 1명이 불구속 기소된 이번 납품비리는 불법주정차, 속도·신호위반, 버스전용차로 단속기와 방범용 CCTV 등 무인단속기를 관공서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브로커는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대가로 한 무인단속기 제조업체의 제품을 납품했다고 한다. 또 업체로부터 납품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21억 원을 받아 챙겼다. 브로커가 날뛰는 이러한 비위는 업체들 간 공정 경쟁이 필요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조달행정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게다가 불량 제품 납품과 혈세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근본적인 근절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사건은 경찰 간부가 개입돼 충격을 더한다. 부산경찰청 모 경위는 브로커의 부탁을 받아 경쟁 업체를 수사하면서 무려 11차례에 걸쳐 브로커와 수사 상황을 의논하거나 수사 기밀을 알려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해당 업체는 결과적으로 허위 사실로 드러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납품 길이 막혀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같이 브로커나 납품업체가 관공서 납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사 청탁을 통해 경쟁 업체를 압박하는 등 경찰을 악용할 우려가 있다. 경찰이 제보를 활용해 수사에 나설 때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먼저 진위 여부를 파악하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걸 시사하는 대목이다.

5급 간부도 2명이나 낀 공무원들과 경찰 간부의 불법이 드러난 이번 사건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전국 500여 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청렴도 평가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지자체의 청렴감사담당관 간부직과 경찰의 청렴정책협의체 운영도 부실하다는 방증이다. 관료 사회와 공기업의 부정부패 방지와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투명한 행정·치안 서비스를 위한 정부의 청렴성 제고 정책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비리 연루자를 일벌백계해 경각심을 높이고 평소 공직의 청렴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이 재발을 막는 확실한 방법이다. 정부는 납품비리 방지와 감시 강화를 위해 관급 계약 시스템 전반도 재점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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