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 전 BNK 회장, ‘불명예 퇴진’에도 퇴직금만 10억 넘어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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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등 합치면 작년 23억 수령
자녀 계열사 특혜 논란으로 사임
고액 퇴직금 수령에 엇갈린 반응

김지완 전 BNK금융그룹 회장. 부산일보DB 김지완 전 BNK금융그룹 회장. 부산일보DB

김지완 전 BNK금융지주 회장의 퇴직금이 10억 원을 넘긴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BNK금융 계열사 자녀 밀어주기’ 특혜 의혹으로 공식 임기를 5개월여 앞둔 지난해 11월 자진 사임한 바 있다. 이에 김 전 회장의 고액 퇴직금 수령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지난해 김 전 회장에 23억 원의 보수를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퇴직 소득이 10억 7300만 원으로 전체 보수액의 46%가량을 차지했고 급여 7억 2900만 원, 상여금 4억 9800만 원 등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을 제외하더라도 김 전 회장이 급여, 상여 명목으로 받은 12억 2700만 원은 국내 주요 시중 금융그룹 회장들의 지난해 연봉 평균치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각 지주·은행이 공시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성과급 9억 3000만 원을 포함해 총 18억 3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밖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성과급 7억1000만 원을 포함한 15억 3000만 원을,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징계를 받은 뒤 내규에 따라 유보된 성과급을 아직 못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9억 원을 기록했다. 이들 연봉 평균은 14억 2000만 원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임기를 5개월가량 앞두고 돌연 사임했다. 당시 지역과 금융권에서는 같은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BNK금융 계열사의 자녀 밀어주기’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현장검사를 실시하면서 김 회장이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BNK금융도 김 전 회장 사퇴 이유에 대해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회장으로서 도덕적 책임에 통감하고 있으며, 건강 악화와 그룹 조직 안정을 사유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탐탁지 못한 사유로 퇴직한 상황에도 고액의 퇴직금을 받아가면서 여론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은 공이고 과는 과일 뿐”이라며 “김 전 회장 체제에서 BNK금융그룹이 과거와 달리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7년 9월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약 5년간 그룹의 경영을 이끌었다. 김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BNK벤처투자를 9번째 자회사로 편입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등 BNK금융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자녀 일감 몰아주기 의혹뿐 아니라 재임 시절 ‘금융의 정치화’란 비판을 받은 상황에 다소 퇴직금이 과하게 지급된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선배로, 대표적인 참여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그가 취임 이후 BNK금융의 계열사, 임원, 사외 이사 등 ‘노른자’ 보직에 고교·대학 동문 또는 비슷한 성향의 정치적 인사를 집중 배치해 조직 내부와 정치권 일부에서 불만을 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변 지형이 변화됐고, 결국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BNK금융 계열사가 김 회장 자녀가 다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다. 또 정치권에서는 BNK금융 회장직에 외부 인사를 제한하는 BNK금융의 폐쇄적 인사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BNK금융지주와 BNK캐피탈, BNK자산운용 3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실시하면서 김 회장의 조기 사임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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