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서고가로 하늘 숲길, 시민 휴식공간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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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만이 능사일까’ 시민 논의 환영
공중정원서 부산엑스포 조망 기대

노선 페지가 확정된 동서고가로. 부산일보DB 노선 페지가 확정된 동서고가로. 부산일보DB

동서고가로를 모두 철거하는 대신 일부 구간을 남겨서 하늘 숲길로 만들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되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의 시민사회단체인 부산그린트러스트는 30일 부산동서고가 하늘 숲길 포럼 1차 세미나를 열고 ‘부산 동서고가 철거만이 능사일까’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교통량에 대처하기 위해 탄생한 고가도로는 과거에는 경제발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도심의 하늘을 가로막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도심 단절로 인해 주변 지역 발전을 막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동서고가로는 사상~해운대 지하 고속도로(대심도)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구간이 겹치는 사상~진양램프 노선 폐지 및 철거가 확정된 상태다. 전체 구간을 철거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머지 구간에서 구조물 자체를 완전히 철거할 것인지 서울의 경우처럼 노선만 폐지한 뒤 시민휴식처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는 오로지 부산시의 결정에 달렸다. 이에 따라 부산그린트러스트가 기본적으로는 동서고가로를 공원화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두루 듣고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인 것이다.

고가도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3년 서울 청계고가 철거다. 철거 후 청계천 복원으로 이어지면서 교통 혼잡이 줄어들고 주변 상권도 되살아났다. ‘서울로7017’은 연 1800만 명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 관광명소가 되었다.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화하는 움직임은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있었다. 1993년 완공된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는 폐철도 고가 위에 만들어진 길이 4.7km의 세계 최초 공중정원으로 이름이 높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은 높이 7.5m의 폐철도 선로에 꽃과 나무를 심고 공원화해 2009년 개장한 이후로 시민과 여행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에서도 옛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해운대 올림픽교차로~기장 동부산관광단지 9.8㎞ 전 구간을 산책로와 녹지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그린레일웨이 조성사업’이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그린레일웨이와 해변열차(블루라인파크)는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관광의 별’(신규 관광자원 분야)에 선정되면서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 콘텐츠로 인정받았다. 부산 관광을 위해서라도 동서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게다가 철거가 확정되지 않은 남구 감만~우암~문현동 일대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개최지와도 바로 연결이 된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부산엑스포의 현장을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을 공중정원에서 내려 본다는 상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부산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고가도로의 보존으로 시민 휴식 공간이 만들어지면 그야말로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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