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서식지서 골재 채취… 환경파괴 논란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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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남강서 하루 4000㎥ 파내
1급 흰수마자 생태계 교란 우려
소음·진동 등 저감 대책도 미흡
“환경청, 공사 현장 재검토해야”

멸종위기종 서식지에서 골재 채취 작업이 한창이어서 환경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 함안 남강 공사현장. 멸종위기종 서식지에서 골재 채취 작업이 한창이어서 환경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 함안 남강 공사현장.

멸종위기야생동물 서식지인 경남 함안군 남강에서 골재(모래) 채취 작업이 한창이어서 환경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함안지방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달 말부터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 일대 남강 한가운데에 모래가 퇴적되며 생긴 둔치에서 골재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군북면 월촌리 일대 남강의 퇴적토사를 채취, 제방 안전성을 확보하고 불법경작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총 채취·판매 예정량은 40만 9000㎥이다.

해당 지역은 2021년 3월 이미 골재 채취 예정지로 지정받았지만, 현장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흰수마자’가 발견되면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됐다. 이를 위한 행정절차를 완료하는데만 2년이 흘렀다. 흰수마자는 통상 5cm 내외의 조그마한 어종이며, 주로 바닥 모래가 1m 이상 쌓이고 수심 1m 이내인 여울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사는 흰수마자 번식기와 장마철 등을 고려해 오는 4월부터 8월까지 골재 채취를 중단했다가 9월께 다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현재 서둘러 하루 최대 4000㎥(약 1200평) 정도를 준설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서식지에서 골재 채취 작업이 한창이어서 환경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 함안 남강 공사현장. 멸종위기종 서식지에서 골재 채취 작업이 한창이어서 환경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 함안 남강 공사현장.

문제는 흰수마자 등의 서식 환경 보전 마련을 전제로 통과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기준이 자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보고된 환경영향평가서는 흰수마자 출현 지점을 고려해 준설선 위치를 조정해 고정토록 했으며, 굴삭기·덤프트럭이 토사를 준설선까지 운반하도록 명시했다. 준설선과 야적장을 잇는 파이프는 소음·진동 저감을 위해 완충재를 덧대도록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준설선이 고정되지 않은 채 이동하고 있었으며, 파이프와 부표 사이 설치돼야 할 완충재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이 대해 공사 측은 애초 한 지역에 준설선을 놓고 파이프를 연결할 계획이었지만 흰수마자 발견지를 관통해 다른 지역으로 준설선을 이동시켜 파이프를 설치하면서 완충재가 필요치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사 측은 또 ‘준설선 고정’이라는 표기가 아예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취지가 아니며, 회전 등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 마련돼야 준설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모니터링을 통해 별다른 환경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본 환경 전문가들은 공사 측의 설명과 달리 서식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흰수마자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요소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해당 평가서 자문을 도운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흰수마자 발견지가 아닌 곳으로 파이프를 설치했다는 건 자의적인 해석”이라며 “다 잃고 나서 최선을 다했다고 할 것이냐,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공사 현장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강대한 기자 kdh@busan.com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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