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 근무 못 하겠다” 늘어나는 폭행·위협에 공직사회 ‘덜덜’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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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 공무원 부상 잇따라
비상벨·녹화장비 있어도 역부족
피해자들 심리적 트라우마 호소
“가해 막을 청원경찰 배치 시급”

부산에서 일선 공무원을 상대로 하는 폭언·폭행 등의 악성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부산 중구청이 진행한 특이민원 대응 모의훈련 장면. 중구청 제공 부산에서 일선 공무원을 상대로 하는 폭언·폭행 등의 악성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부산 중구청이 진행한 특이민원 대응 모의훈련 장면. 중구청 제공

최근 부산에서 일선 공무원을 대상으로 폭언이나 폭행을 일삼는 악성 민원(부산일보 2월 15일 자 8면 등 보도)이 늘어나고 있다. 일선 지자체별로 녹화장비 등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폭행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부에서는 청원경찰을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14일 오전 11시께 부산 서구의 한 동주민센터에 60대 민원인 A 씨가 들어왔다. 술에 취한 A 씨는 40대 여성 공무원 B 씨에게 전기 요금이 과다하게 나왔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B 씨가 전기 요금 관련 민원은 한국전력공사 담당이라고 안내하자, A 씨는 욕설을 내뱉고 휴대전화를 던져 B 씨의 머리를 맞췄다. 다행히 B 씨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현재 충격을 받고 병가 중이다. 경찰은 상해·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 씨를 조사 중이다.

각종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공무원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일 금정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는 60대 민원인이 선글라스가 없어졌다며 흉기로 공무원을 위협했다. 경찰이 출동해 민원인을 제압했지만 해당 공무원은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중이다. 지난 2일 중구 한 동주민센터에서는 50대 민원인이 의료급여를 신청하러 갔다가 담당 공무원을 주먹과 발로 때린 사건이 있었다. 요구한 민원이 빠르게 처리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현재 지자체별로 공무원 보호를 위해 비상벨이나 녹화장비 등을 보급하고 있지만, 실질적 폭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대체적인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지난 14일 서구 동주민센터 사건의 경우 직원이 비상벨을 눌렀지만 담당 지구대가 1.7km나 떨어진 탓에 일련의 소동이 모두 끝나고서야 경찰이 도착했다. 한 동주민센터 공무원은 “민원인의 불만이나 언어폭력에 노출될 때면 내가 감정 노동자가 된 느낌”이라며 “녹화장비도 폭행이 이뤄진 이후에 증거 자료로 활용되는 성격이 강하고, 실제 폭행을 막을 수는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청원경찰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서구지부는 27일 공무원 폭행 사건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내고 '일선 공무원은 꼭 폭행이 아니더라도 음주, 언어폭력, 시비 등에 항상 시달리고 있다'며 '순간적인 폭행으로부터 공무원을 지켜줄 수 있는 청원경찰이 동별로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는 예산 문제로 청원경찰의 동별 배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구청이 운영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 정원에 제한이 있어 손쉽게 청원경찰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흉기 위협이 발생한 금정구청의 경우 행정복지센터에 청원경찰을 배치했지만 민원인이 구속되자 다시 청사로 복귀시켰다.

서구청 관계자는 “순간적인 폭행으로부터 공무원을 어떻게 지킬지는 모든 지자체가 고민하는 문제다. 서구청도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서구만 해도 동별로 청원경찰을 배치하면 13명이 필요하다. 인건비를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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