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미월드 부지 생활숙박시설 '조건부 승인'... 부산시 “공공기여 확대 필요”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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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난개발 우려 막기 위한 공공기여 확대" 조건
심의 남아있지만 생활숙박시설 건립 가능성 커져
사업자 호텔 유치 계획에도 주거단지 우려 여전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옛 미월드 부지. 부산일보DB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옛 미월드 부지. 부산일보DB

부산 수영구 옛 미월드 부지에 ‘생활숙박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부산시가 민락유원지 생활숙박시설 조성을 사실상 불허한 지 약 6개월 만에 결과가 뒤집혔다.

부산시는 30일 오후 열린 시 공원위원회에서 ‘민락유원지 조성계획 변경결정안’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민락유원지 부지 내 공공기여를 더 늘리라는 조건을 추가로 주문한 것이다. 사업자 (주)티아이부산PFV는 기존에 민락유원지 9만 6300㎡의 약 절반에 달하는 4만 1676㎡를 기부채납 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기부채납이란 개발 사업자가 일정부분의 땅에 공공시설을 설치해 국가나 지자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부산시가 공공기여 확대 조건을 내건 까닭은 민락유원지 부지 내 난개발 우려 등을 줄이기 위함이다. 민락유원지는 국공유지가 21.6%, 사유지가 78.4%로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2027년 1월 유원지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것을 말한다. 부산시 공원정책과 관계자는 “민락유원지에 공원일몰제가 적용되면 난개발 우려가 있다”며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유원지로 조성하기 위해 공공성을 확대하라는 조건을 걸었다”고 밝혔다.

다만 착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생활숙박시설 건립까지는 건축위원회의 건축심의와 환경영향평가가 남아있다. 시는 다음 단계인 건축위원회 건축심의에서 세부적인 기부채납 규모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다만 공원위원회에서 생활숙박시설로 결정된 건물의 용도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괄건축과 관계자는 “공원위원회에서 도시계획시설로 생활숙박시설 건립을 승인한 상황이기 때문에 건축심의에서 이를 뒤집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사업자 측은 부산시의 공공기여 확대 조건을 적극 수용해 빠른 시일 내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티아이부산PFV 마승표 대표는 “건축심의가 끝나는 대로 해외 5성급 호텔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며 “부산시는 물론 주민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생활숙박시설을 짓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은 생활숙박시설이 들어서면 옛 미월드 부지가 주거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해 왔다. 현재 생활숙박시설을 실거주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정부가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하도록 허용한 10월까지 용도 전환이 되지 않으면 실거주자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다만 단속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총괄건축과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생활숙박시설 실거주자가 자신해 신고할 리는 없을 것이고 단속을 담당하는 구청 공무원들이 일일이 신고가 들어온 집을 방문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며 “10월부터 생활숙박시설 실거주 우려가 없어진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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