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15) 서로 떼어 낼 수 없는 관계의 고찰, 김기린 ‘안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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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린(1936~2021)은 함경남도 고원에서 태어났다. 작가는 1960년 한국외국어대 불어불문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문학을 공부하러 간 디종대학교에서 미술사 강의를 들은 작가는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작가는 1965년 프랑스 디종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이후 1968년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1971년 파리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95년 호암미술관의 ‘현대한국회화: 한국미술, 빛과 색’, 파리의 ‘한국현대미술 파리전’, 1996년 갤러리현대의 ‘1970년대 한국의 모노크롬전’ 등 프랑스와 한국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했다. 김기린은 1960년대에는 흑색, 백색, 적색, 황색, 녹색을 사용한 평면 구성 회화를 제작했다. 1970년대에는 단색 혹은 복수의 색을 사용해, 캔버스 안에 작은 사각형을 배치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연작을 선보였다.

작가는 1980년대에는 ‘안과 밖’ 연작을 제작한다. 여기서 그는 단순히 색채를 평면적으로 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색채를 화면에 쌓아 올린 후 가로와 세로로 선을 긋고 그렇게 해서 생긴 작은 사각형 속에 하나하나 점을 찍었다.

작가는 “안과 밖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로, ‘안’이라고 단순히 ‘안’만이 아니고 ‘밖’이라고 반드시 ‘밖’만이 아닌 듯싶어, 그런 내 마음과 생각을 표현해 보고 싶어 따온 제목”이라고 말했다.

무채색을 주로 사용한 1970년대와 달리 1980년대에는 색채가 청색, 노란색, 갈색, 녹색, 빨간색 등 원색으로 다변화된다. 지면에 소개하는 청색과 빨간색 두 점의 캔버스로 이루어진 작품은 작가가 1980년대에 주로 제작한 ‘안과 밖’ 연작 가운데 하나이다.

작품 뒷면의 기록으로 인해 청색 캔버스는 1987년에서 1990년에, 빨간색의 캔버스는 1997년에서 2000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작가가 80년대부터 주로 제작한 ‘안과 밖’ 연작의 화려한 원색, 선과 점을 미세하게 그어 나타낸 기법의 전형적인 특징이 잘 드러난다.

한편 작가는 작품을 제작할 때 항상 유화물감만을 사용했는데, 물감을 미리 신문지로 걸러서 기름기를 없애는 특별한 작업 과정을 거친 후 사용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물감은 캔버스 표면에서 기름기가 거의 없는 듯한 독특한 질감을 표현한다.

‘안과 밖’ 연작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연작과 마찬가지로 언뜻 이분법적으로 보이는 두 대상의 연결성에 대한 원리를 고찰하는 작가의 관심사를 보여준다.

김진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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