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대응기금까진 좋았는데… 졸속 추진에 사업비 ‘눈덩이’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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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12개 사업 140억 확보
자원순환센터 건립 과정서
공간 부족 등 문제점 발견
설계 변경 불가피 예산 급증
어린이문화공간 유치도 실패

부산서구청 건물 전경 부산서구청 건물 전경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추진되던 부산 서구 자원순환센터의 총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구비 투입이 불가피해졌다. 140억 원에 달하는 기금을 확보하는 데만 급급해 사업별로 세부적인 계획을 제대로 짜지 않으면서 지역을 살리려 추진한 일이 되레 지역의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19일 서구청에 따르면 자원순환센터 건립을 비롯해 폐·공가 정비, 해양관광 인프라 확충 등 12개 사업에 지방소멸대응기금 140억 원을 확보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방소멸, 침체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재원으로 활용되는 기금으로, 지난해부터 10년 동안 매년 1조 원씩 인구감소지역, 관심지역으로 지정된 122개 지자체에 지원된다. 부산에서는 서구, 영도구, 동구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돼 이들 지역에 총 378억 원이 배분됐다.

문제는 지방소멸대응기금 공모에 맞춰 사업 자체가 급하게 추진됐다는 것이다. 암남동 산 91 일원에 조성될 예정인 자원순환센터가 대표적이다. 총 2600㎡ 규모로 조성되는 센터는 자원순환 교육장과 임시적환장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태풍이나 홍수 같은 재난 시 발생하는 보도 경계석, 유리 파편 등 폐기물을 적재할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사업이 수립됐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5월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으로 선정돼 8억 5000만 원의 기금 지원이 확정되면서 본격화됐다. 올해 12월에 착공해 내년 12월에 준공하는 게 구청의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금 확보를 위해 사업이 졸속으로 마련되다보니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다. 사업 계획 구체화 과정에서 홍보·교육 시설을 조성하기엔 건물 공간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연면적 340㎡ 규모의 1층 건물을 495㎡ 2층 규모로 확대하는 등 계획이 크게 변경됐다. 이에 따라 당초 13억 4700만 원이었던 사업비는 34억 7000만 원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구비는 당초 5억 원에서 26억 원으로 5배 이상 껑충 뛰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산시 지원으로 센터 내 어린이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구청은 지난 2월 시에 ‘2023년 부산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 신규 사업지 선정에 센터를 신청했다. 선정되기만 하면 센터 내 홍보·교육 시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센터 조성과 관련한 사업비 지원도 받을 수 있지만 시는 사업 구체성 부족을 이유로 센터를 신규 대상지에서 제외했다.

구청 안팎에서는 사업비 폭증과 어린이복합문화공간 유치 실패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분명한 계획으로 사업을 시작해 애꿎은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하명희 서구의원은 “철저한 사업 계획 없이 예산만 먼저 확보하고 사업을 진행한 것”이라며 “추후 사업비가 또다시 증가할 수도 있는데, 이는 재정 자립도가 낮은 서구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구청 역시 사업 일부에 불분명함이 있음을 인정했다. 다만 기금을 받아오는 것이 우선이다 보니, 사업 계획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구청은 지난해 2월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되며, 급작스럽게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업 공모 마감 기한인 5월까지 10개 넘는 사업을 세우는 과정에서 각 사업의 구체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구청의 설명이다.

구청 관계자는 “자원순환센터는 재난 폐기물 등 갑작스러운 폐기물 급증에 대비해 꼭 필요하다”며 “6월 추경 때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차질 없이 자원순환센터를 조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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