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전국 전세보증사고, 절반이 다가구주택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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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1분기 7974건 역대 최대
다가구 보증 작년부터 피해 급증
대위변제액, 전년 총액 60% 수준

사진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부동산에 걸린 빌라 전세 정보.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부동산에 걸린 빌라 전세 정보. 연합뉴스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내주지 않는 전세보증사고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집계된 것만 1분기에 8000건에 육박했다. 특히 보증사고의 절반이 다가구주택이어서 다가구주택이 전세보증사고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주택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7974건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2393건)의 3.3배에 이른다. 세입자가 이사를 가려고 해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수 없거나, 세입자를 받아도 보증금을 크게 내려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HUG가 집계한 것인데 세입자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들지 않는 계약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유형별로는 다가구주택이 3928건으로 전체의 49.3%를 차지했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집주인은 1명인데 세입자는 5∼10가구에 달해 최근 전세가격 하락기에 보증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2017년 2건, 2018년 7건, 2019년 39건이었던 다가구주택 보증사고는 2021년에도 58건에 불과했다. 그러다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된 지난해 6678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1분기에 벌써 3928건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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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구주택 다음으로는 아파트 보증사고가 2253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1분기 아파트 사고 건수는 이미 작년 1년치(2638건) 사고 건수의 85%에 달할 정도로 올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흔히 ‘빌라’로 부르는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의 보증사고는 각각 1513건, 35건으로 총 1548건을 기록했다. 단독주택은 209건, 오피스텔은 36건이었다.

보증사고가 늘면서 HUG가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 준 대위변제액도 1분기에만 5683억 원에 달해 지난해 전체 변제액(9241억 원)의 60%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전세 만기가 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늘면서 임차권등기명령 건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집합건물 임차권 설정등기 건수는 2월(2850건)보다 22% 늘어난 3484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임차권 등기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에 임차권이 있음을 명시하는 것이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못 받고 이사하더라도 임차권 등기를 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해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임차권 등기를 하려면 사전에 집주인에게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을 알려야 했으나 ‘빌라왕’ 사건 이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지난달 말부터 집주인에게 고지하지 않고도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서울에서는 최근 빌라왕 전세사기가 집중된 강서구의 3월 임차권 등기 건수가 256건으로 가장 많았다.

양 의원은 “피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함께 HUG의 대위변제 부담 증가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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