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매수권 부여·주거권 보장… 피해자 지원 ‘특별법’ 추진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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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협의회 종합 대책 발표

세입자, 임차주택 낙찰 원할 때
관련 세금 감면·장기 저리 융자
LH, 매입임대 후 세입자에 임대
임대인·배후세력 모두 엄정 수사
서민 대상 처벌 ‘특가법’ 도 개정

당정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세사기 대책 협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당정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세사기 대책 협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가 수도권을 넘어 부산과 대전 등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당정은 23일 전세사기 피해 회복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별법 제정으로 피해자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는 경매 주택 우선매수권을 주되 대출 여력이 없는 피해자에게는 우선매수로 확보한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해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당정은 또 전세사기를 비롯한 재산범죄 가중 처벌을 위한 특정경제범죄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별법으로 세입자 주거권 보장

국민의힘과 정부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전세사기 대책 관련 브리핑을 열고 “특별법은 한시법이다. 지난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로 야기되는 재난 수준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브리핑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함께했다.

논의된 대책은 △피해 임차인 주거권 보장 △우선매수권 부여 △공공임대주택 제공 △임차주택 낙찰 시 세금 감면 △장기 저리 융자 지원 등이다. 이 내용은 지난 주 국토교통부와 국민의힘이 발표한 전세사기 대책을 거의 다 담았다.

박 정책위의장은 “임대로 계속 살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LH 등 공공에서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겠다”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차주택을 낙찰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입자가 임차주택을 낙찰받을 때 관련 세금을 감면하고, 낙찰 여력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장기 저리 융자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정책위의장은 “임대인뿐만 아니라 배후세력까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다수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재산범죄의 가중 처벌을 위한 특정경제범죄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번 주 중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세부 방안은 이번 주 중 관계부처가 별도로 발표하기로 했다.

우선매수권이란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경매에 올라와 낙찰되면 그 가격에 기존 세입자가 먼저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때 정부는 저금리 대출을 해 줘 집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낙찰되면 관련 세금을 면제한다는 것이다. 다만 세부적인 방법과 절차를 잘 마련해야 한다. 우선매수권이 설정된 주택에는 입찰자가 참여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또 너무 낮은 가격에 낙찰되면 선순위 채권자인 금융권이 많은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임대로 20년 장기 거주 가능

LH도 우선매수에 참여할 계획이다. 경매에서 낙찰받은 주택을 매입임대 형식으로 사들여 기존 세입자에게 다시 세를 놓는 방식이다. 매입임대란 기존의 주택이나 건설사가 새로 지은 주택을 LH가 사들여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를 놓는 주거정책이다. LH는 현재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다가구는 시세의 30∼40%,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70∼80%에 매입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주택에서는 계약을 2년 단위로 갱신해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21일 LH 매입임대 물량 2만 5000호와 지방공사 물량 9000호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최대 3만 5000호까지 사들인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LH는 올해 매입임대 예산으로 5조 5000억 원을 확보한 상태여서 사업 추진에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세사기 대상 주택의 범주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모호하고, 일각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다른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 자체를 보전해 주는 것은 아니어서 현재로선 최선의 대책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주택 1000여 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빌라왕’ 사건 이후 4번에 걸쳐 20여 개의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내놓았다. 전세자금 대출 만기 연장, 긴급거처 지원, 안심전세 앱 출시, 체납세금보다 보증금 우선 변제 등이었다. 하지만 기존 피해자 대책으론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런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에서 세입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에야 정부는 피해자 요구사항을 대거 받아들였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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