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락’ 헬기, 현장 재배치… 사고 재발 방지책 현실화 ‘요원’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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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터 예산확보 실패
기종 일원화도 이행 어려워


지난해 4월 제주도 해상에서 추락한 S-92 헬기. 지난해 4월 제주도 해상에서 추락한 S-92 헬기.

지난해 4월 추락 사고로 사상자 4명을 낸 해경 헬기(부산일보 2022년 4월 11일 자 8면 보도)와 동일한 기종 헬기가 다시 현장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뮬레이터 도입 등 지난해 추락 사고 이후 나온 주요 핵심 대책들마저 실현될 조짐을 보이지 않아 사고 재발 가능성도 우려된다.

24일 남해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취항한 S-92 3호기가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S-92 3호기는 김해국제공항 해양경찰 부산항공대에 배치돼 해상 안보, 안전 및 인명 구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이 헬기는 앞서 지난해 4월 9일 대만 해상서 조난된 예인선 ‘교토1호’의 수색 작업을 벌이다가 제주 마라도 남서쪽 약 370km 해상에서 추락한 헬기와 같은 기종이다. 당시 사고로 해경 항공대원 3명이 순직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현재 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가 사고 헬기 블랙박스를 분석 중이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고 이후 해경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시뮬레이터 도입 △항공대별 기종 일원화 △승무시간 규정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들이 여전히 ‘대책’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뮬레이터 도입은 기획재정부 단계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시뮬레이터는 악천후나 야간 비행 등 다양한 환경에서 실제 비행과 흡사한 훈련이 가능해 조종사들의 사고 대응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4~5월경 시뮬레이터 도입을 결정했지만, 200억 원이 넘는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결국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에서 반영이 되지 않았고, 시뮬레이터 운용부지 확보 문제까지 고려하면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성과 숙달도를 높이고자 추진한 항공대별 기종 일원화도 마찬가지. 여러 기종을 운영할 경우 기종별 특성이 달라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경은 기종 일원화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사고 가능성을 낮추고자 했다. 하지만 현재 해경 내 헬기 보유량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특정 기종으로 일원화했을 경우 소수 헬기에 업무가 집중될 우려가 있어 기종 일원화 역시 당분간 이행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해경은 해경은 S-92 3호기 현장 배치와 관련해 수색, 구조 등 해양 임무 필요성이 제기돼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향후 신규 헬기 도입 때 순차적으로 항공대별 기종 일원화를 추진해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해경 관계자 설명이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예방을 위해 S-92 제조사에 조종사와 인력들을 보내 3개월간 비행 교육을 받도록 했다”며 “시뮬레이터 도입도 계속해서 예산 확보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지난 2월 ‘해양경찰청 항공운영규칙’ 개정, 하루 승무시간 계산 시 일몰 이후 야간 운행에 대해서는 1.5배를 적용하기로 했다. 보통 시야 제한 등으로 피로도가 높은 야간 운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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