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밑그림 부실”… 급제동 걸린 거제 국가정원 사업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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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예타 심사 신청서 반려
“국비 3000억 투입… 구체화 필요”
차질 불가피… 산림청 “사업 보완”
2026년 착공 목표로 재신청 계획

2030년 개장을 향해 순항하던 경남 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성사업(부산일보 2월 7일 자 11면 등 보도)이 암초를 만났다. 기획재정부가 국비 3000억 원이 투입될 대형 프로젝트의 밑그림이 부실하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추진 일정 등 전반적인 사업 계획에 적잖은 차질이 우려된다.


26일 경남 거제시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산림청이 제출한 한·아세안 국가정원 예비타당성 신청서를 반려했다. 막대한 정부 재원이 투입될 사업인 만큼 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운영 방안, 중장기 시행계획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예타는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 재원 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예타에 착수하려며 분기마다 열리는 기재부 내부 심사를 통과해 대상 사업에 선정돼야 한다.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이를 앞두고 보완 판정을 받으면서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거제시나 경남도는 물론, 사업 주체인 산림청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다. 거제시 관계자는 “지난 11일 기재부를 방문해 사업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신청서 보완 전엔)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면서 “기재부로선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것에 부담이 큰 듯하다”고 전했다.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을 통해 채택된 산림관리 협력 방안 중 하나다. 산림청은 2020년 12월, 국립난대수목원 유치 경쟁에서 밀린 거제에 이를 대체 사업으로 제안했다. 대상지는 동부면 산촌간척지 일원 64만 3000㎡다. 사업비는 최소 29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계획대로라면 순천만, 울산 태화강을 잇는 3호 국가정원이 탄생한다. 특히 1·2호는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다 승격된 데 반해, 거제는 계획부터 조성·운영·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국가가 전담한 최초의 국가정원이 된다.

예상 방문객은 연간 최대 228만 명. 거제시는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가덕신공항과 연계한 남해안 관광산업의 거점으로, 800만 부울경 주민에게 질 높은 산림복지 서비스와 아세안 10개국 고유의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7월 대상지를 확정한 산림청은 12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을 완료하고 올 1월 기재부에 예타를 신청했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4월 중 개최될 1분기 예타 대상 사업 심사를 거쳐 연내 본 조사까지 마칠 수 있다. 산림청은 이를 토대로 2024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5년 설계를 마친 뒤 이듬해 상반기 첫 삽을 뜨기로 했다. 그래야 부산세계박람회가 열리는 2030년 방문객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어긋나 버렸다. 산림청과 경남도, 거제시는 뒤늦게 대책회의를 열어 기재부 요구 사항을 공유하고 일단 신청서 보완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빠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엔 심사를 받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남은 일정을 최대한 단축하면 2026년 하반기 착공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예타 통과를 위한 과정이다. 사업을 재검토한다거나 백지화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물리적으로 연내 예타를 끝내긴 어렵다”면서도 “전체 일정에는 지장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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