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복합리조트 ‘러시’… 부산만 발 묶였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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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오사카에 카지노 등 개장
나가사키 등 일 최대 5곳 추진 중
국내 인천도 연내 1곳 추가 개장
부산 북항 타진한 ‘샌즈’는 태국행
빨대 효과로 부산 관광 타격 우려

부산보다 작은 땅덩어리를 가진 싱가포르는 2010년 복합리조트 2곳의 개장 이후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한국을 넘어서는 관광대국으로 성장했다. 마리나베이 샌즈 전경. 부산일보DB 부산보다 작은 땅덩어리를 가진 싱가포르는 2010년 복합리조트 2곳의 개장 이후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한국을 넘어서는 관광대국으로 성장했다. 마리나베이 샌즈 전경. 부산일보DB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복합리조트(IR) 유치전에 한창이지만, 부산은 북항 리조트 건설 불발에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해 코로나 엔데믹 이후 관광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연간 방문객 수천만 명이 찾는 복합리조트가 인근 국가에 속속 건립되면 막대한 국부 유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년 전 북항 복합리조트 건설을 제안한 샌즈 그룹은 연초 태국 투자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샌즈 그룹은 한국에 대해선 “현재 거론할 만한 게 없다”고 일축했다.

부산의 복합리조트 유치 논란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과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하자 차세대 먹거리를 찾던 부산시와 부산 상공계는 관광·마이스 산업을 이끌어 줄 복합리조트 유치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이듬해 당선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복합리조트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서는 바람에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복합리조트의 핵심 시설인 오픈형 카지노가 내국인의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게 이유였다.

시와 부산항만공사는 복합리조트 없이도 북항 1단계 랜드마크 부지 개발은 가능하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민간사업자 공모에 단 1개사만 응찰해 공모는 유찰됐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실사단의 현장 실사 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랜드마크 청사진을 공개하려 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부산이 사행성을 이유로 뜸을 들이는 사이 아시아 국가, 특히 외국 관광객을 놓고 경쟁 관계인 일본은 최근 오사카의 복합리조트 지구개발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월드엑스포가 열리는 유메시마 인공섬 부지에서 2029년부터 오픈형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일본은 이외에도 나가사키 등 최대 5곳에서 복합리조트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도 복합리조트 1곳 운영에 이어 연내 1곳이 추가로 개장한다. 인천의 경우 현재 외국인만 입장할 수 있는 카지노지만 관련 법만 개정되면 오픈형 전환은 하루아침에라도 가능한 상황이다.

부산상공회의소 박종민 사무처장은 “오사카 복합리조트가 가동되면 상대적으로 인프라와 콘텐츠가 부족한 부산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산이 일본의 빨대효과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관광산업 경쟁력을 갖추고 2030월드엑스포 유치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대규모 복합리조트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외 할 것 없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립에 매달리는 건 카지노의 폭발적인 수익성과 효율성 덕분이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복합리조트인 마리나베이샌즈의 경우 불과 3% 면적의 카지노가 70% 면적의 관광과 마이스 공간을 먹여 살린다. 거대한 관광 랜드마크를 국가 예산 없이 건설해 별다른 위험성 없이 이후 운영도 가능한 셈이다.

2019년 당시 북항 사업 연구용역을 담당했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윤태환 교수는 일본과 인천의 복합리조트와 카지노로 직격탄을 맞는 건 부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싱가포르의 성공 이후 전 세계가 랜드마크 시설 운영과 관광지 브랜드 강화에는 복합리조트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만 여전히 카지노를 낙후 지역의 극약처방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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