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시다 총리 내주 방한, 일본이 성의 보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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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민 감정에 맞는 조치 요구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나오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회담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다고 한다. 3월 16일 도쿄 회담 이후 50여 일 만에 이뤄지는 한·일 정상 간의 만남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나고 올여름 이후 답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의외로 조기 방한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의 답방에 대해 ‘정상 셔틀 외교의 완전 복원’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한·일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 차원에서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이 12년 7개월 만이라고 하니 실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라고 하겠다.

일본은 지난달 28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복귀시키는 절차에 착수했다.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44일 만이니 예상보다 빠른 조치가 아니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의 자세에 부응해 관계 개선을 가속하려는 의지가 없지는 않아 보인다. 역시나 더 센 힘은 일본의 배후에 있는 미국이 지녔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G7 정상회의를 앞둔 5월 초순 한국을 방문하려는 배경에는 동맹국인 미국이 중시하는 한·일 결속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 때도 한·미·일 협력을 계속 강조하자, 일본 정부로서도 이런 분위기를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왕에 조기 방한하기로 했으니, 이제는 일본이 한국에 성의를 보일 차례다. 1998년에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 및 사죄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번에 이런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 일본 측의 호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라도 나오면 좋겠다. 한국의 전향적인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적극 호응해 미래를 함께 열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길 바란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비롯해 한·일 어업협정 재개 등 한·일 간의 현안이 산적해 있다.

외교는 서로 주고받는 관계다. 우리 정부도 이번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국민의 눈높이와 감정에 맞는 조치를 일본 측에 요구해야 한다. 일본의 상응하는 조치가 빠져 정부에 큰 부담이 되었다.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굴욕외교’ 비판이 큰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연이어 일본을 방문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독도 문제를 비롯해 툭하면 반복되는 일본의 망언도 근절되어야 할 때다. ‘퍼주기 외교’라는 비난을 다시 듣지 않으려면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기시다 총리가 서울에서 내놓을 미래를 위한 발언과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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