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분야 ‘고어텍스’ 꿈꿔… 글로벌 시장 표준 선도하고파”[Up! 부산 스타트업]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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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부산 스타트업] (주)씨에이랩

2019년 창업 이후 급성장 가도
R&D 누적 사업 유치 40억 규모
환기구·마스크·차량용 에어컨…
정전 나노융합 소재 상용화 바탕
소비재부터 첨단산업까지 도전

(주)씨에이랩 이승욱 대표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본사에서 시스템 공기청정기 환기구 필터 ‘에어로쉴드’와 자동차 에어컨 필터 ‘에어로포뮬러’를 들고 있다. (주)씨에이랩 이승욱 대표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본사에서 시스템 공기청정기 환기구 필터 ‘에어로쉴드’와 자동차 에어컨 필터 ‘에어로포뮬러’를 들고 있다.

깨끗한 공기에 대한 고민은 국경을 넘어 인류의 고민으로 떠올랐다.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공기청정기는 생활필수품이 됐고, 실내 환기 시스템, 마스크는 이제 일상과 분리할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필터가 들어가지 않는 제품은 없다’는 생각으로 창업한 클린테크 기업 (주)씨에이랩(CALAB)은 독자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독자 기술로 시장 도전

씨에이랩 이승욱(35) 대표는 대기업 전자 회사에서 6년 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다. 공기청정기를 개발하는 부서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는데, 직접 전 과정을 개발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대학 시절부터 환경공학, 그중에서도 대기 에너지 전공이었고 LG전자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부산대에서 환경설비공학으로 박사까지 수료했습니다. 창업이 목표거나 꿈은 아니어서 1년만 도전해보기로 했는데 창업 10개월 만에 적지만 급여가 나오는 구조가 되니 보람이 크더라고요.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년 개인기업으로 출발한 씨에이랩은 2020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급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첫 아이템은 나노 필터 기술을 적용한 환기구 필터 제품이었다.

“공기가 들어오는 환기구에 필터 시스템을 설치하고, 초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제거해서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는 ‘에어로쉴드’라는 제품을 내놨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소비자가 쉽게 탈부착할 수 있어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곧이어 자사몰 런칭과 네이버 쇼핑 입점까지 이어져서 지금은 씨에이랩의 스테디셀러가 됐습니다.”

차량용 에어컨 필터 제품 ‘에어로포뮬러’ 역시 씨에이랩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보통 자동차 에어컨 필터는 6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 줘야 하는데 씨에이랩만의 독자 기술을 더해 2년 동안 필터 기능이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2년에 걸친 R&D(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필터 소재를 연구한 결과다.

씨에이랩은 지금까지 총 38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독자 기술을 더한 제품을 출시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빠른 성장의 비결

씨에이랩은 이제 창업 4년 차를 맞이했지만 성장 속도는 어느 곳보다 빠르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TIPS(팁스·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사업 선정을 비롯해 중기부 R&D 사업 중 하나인 미세먼지 저감 실용화 사업 등 총 40억 원 규모의 R&D 사업을 따냈다.

지금까지 부산연합기술지주를 비롯해 부울경 특화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 IBK기업은행으로부터 프리A 투자 8억 원을 유치했고, 올해 시리즈 A(금액 비공개) 투자 단계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환기구 필터만 해도 출시 2개월 만에 네이버 쇼핑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할 만큼 소비자의 반응이 좋았던 점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창업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가 겹치는데, 코로나19가 공기 전파 바이러스이다 보니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나노 소재 기술을 적용한 필터를 출시해 더 주목받았고요. 또 개발한 필터가 수명이 길고 폐기물이 적게 발생하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도 도움이 됐습니다.”

이 대표는 적용되는 필터의 원리가 기본적으로는 동일하기 때문에 필터가 들어가는 소비재에 씨에이랩의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3개월에 한 번만 필터를 갈아주면 되는 마스크부터 싱크대에 설치하는 초소형 정수기 등이다.

씨에이랩은 소비재로 먼저 시장을 확장했지만, 최근 B2B(기업 간 거래), B2G(기업과 기관 사이 거래) 중간재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부산 도시철도 1~4호선 실내 청정 설비 사업을 따내 설치를 완료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 지하철, 정부 세종청사 입찰에도 도전하고 있다.

올해는 해외 진출에도 도전한다. 미국, 대만, 일본, 아프리카 등 올해 수출 목표를 100만 달러로 세우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필터 없는 분야는 없다

글로벌 시장 조사 회사 마켓 앤 리서치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필터 기반 청정 산업은 2025년 11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용·산업용 마스크부터 건물 공조설비, 발전소 제염설비까지 필터는 일상생활부터 산업 전반까지 활용되기 때문이다.

“소비재부터 첨단산업까지 필터는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빠르게 기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고요. 외부에서 양산한 필터를 조립해서 쓰는 대기업과 달리 원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으로서 특화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소비재 분야 고객을 늘려왔다면 앞으로는 첨단산업에 들어가는 필터 개발에도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실제로 씨에이랩은 세계 최초로 정전 나노융합 소재를 상용화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필터를 사용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를 들어 수소차 핵심 부품인 수소 연료 전지에도 필터가 들어가는데, 이곳에 들어가는 고효율 필터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올 초에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 CES에 첫 참가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에 힘입어 부산테크노파크 지산학협력브랜치로 선정되기도 했다.

씨에이랩은 올해 핵심 기술 설비 내재화를 위해 공장을 신축할 예정이라 더욱 성장이 기대된다. “고어텍스라는 신소재가 세상에 등장해 기능성 소재 대명사로 쓰이는 것처럼 필터 청정분야에서 우리가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부산에 본사를 둔 클린테크 기업으로서 첫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비상장 스타트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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