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협력 강화, 소통 도마 오른 후쿠시마 오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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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역대 내각 역사 인식 계승” 아쉬움
한국 국민 건강 위협해서는 절대 안 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정상회담을 가졌다. 수년간 공식 회담을 한 번도 열지 않았던 한·일 정상이 두 달도 안 돼 두 번째로 만난 것이다. 한·일 관계 악화는 양국의 경제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삶에도 득보다 실이 컸다. 한·일은 반도체를 비롯해 많은 부문에서 글로벌 밸류 체인(가치 사슬)으로 묶여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태다. 게다가 일본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으로부터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 교착된 한·일 관계를 풀지 않고서는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며 현안을 논의하는 ‘셔틀 외교’의 12년 만의 복원은 그래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일 관계 정상화의 관건은 과거사 문제 해결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로 언급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역대 내각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히는 정도에 그쳤다. 사죄와 반성을 언급하지 않은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먼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아 한·일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가 화답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유감 표명만으로는 미흡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현장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한 합의도 아쉬움이 남는다. 당초에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검증’ 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현장 시찰단 파견만으로 불안감이 해소될지 의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부울경으로서는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부산의 수산업과 관광산업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엑스포 유치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바닷물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선원들의 안전을 걱정한다. 연간 2000대가 넘는 일본 활어차가 부산으로 들어와 부산 앞바다에 일본 해수를 방류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어 답답한 실정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로 부울경의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 인접한 한국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일본의 어떤 결정도 과학적이고 국제적인 기준에 따른 안전성 확보 뒤에 이뤄져야 한다. 성급하게 방류 결정이 이뤄지면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이 우리가 극히 민감해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보다 성의를 보인다면 한·일 간 신뢰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한·일 협력 강화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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