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영화제도 공동 위원장 체제 있다” 이용관 이사장 명분, BIFF엔 안 맞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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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토론토 영화제 공동 위원장 직책
이사장 없거나 다양성 이슈 반영한 체제
해외 사례 끌어와 ‘옥상옥’ 만든 건 모순

독일 베를린영화제의 2022년 개막식장 전경. 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영화제의 2022년 개막식장 전경. 연합뉴스

조종국 부산국제영화제(BIFF) 신임 운영위원장 위촉 과정에서 이용관 이사장이 언급한 해외 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 사례는 BIFF와 동일 선상에서 논의하기엔 적절치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계 A 씨는 “영화제 관리와 프로그래밍을 나눈 베를린·토론토 국제영화제와 BIFF는 조직 구조와 임원의 역할, 선임 절차 등이 완전히 다르다”며 “해외 사례를 들어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를 만들고 조 위원장을 선임한 것부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이사회·임시총회가 열린 지난 9일 베를린·토론토 영화제 사례를 제시하며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 임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영화계 B 씨는 “베를린영화제는 BIFF와 달리 집행위원장 위에 이사장이 없는 구조이지만, BIFF는 집행위원장 위에 이사장도 있다”며 “또 토론토 영화제의 경우엔 젠더와 다양성 이슈를 반영해 젊은 여성 위원장을 새로 둔 거라 BIFF의 상황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베를린영화제는 카를로 차트리안과 마리에테 리센베크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2019년 디터 코슬릭 전 집행위원장이 퇴임하면서 독일 영화감독 79인이 발표한 공개서한에 응답한 데 따른 결정이다. 차트리안은 아트디렉터를, 리센베크는 총감독 역할을 한다. 토론토의 경우에는 카메론 베일리 총괄 집행위원장 아래 더글라스 앨리슨 재정위원장, 배스 잰슨 운영위원장, 애니타 리 프로그래밍 위원장이 있다. 여성 위원장인 배스 잰슨과 애니타 리가 지난해 토론토영화제에 합류했다.

영화계 C 씨는 “토론토 영화제도 관리와 프로그래밍을 나눴지만, BIFF는 이미 관리와 프로그래밍 체계가 이미 잡혀있다”면서 “BIFF엔 이미 사무국과 사무국장이 있고 프로그램을 맡는 선정위원회와 수석 프로그래머가 따로 있다”고 힘줘 말했다.

사단법인 BIFF 조직표를 보면 BIFF는 맨 위에 이사회가 있고, 그 아래 집행위원회가 있는 구조다. 이사회 의장은 이용관 이사장, 집행위원회의 수장은 허문영 위원장이다. 집행위원회에는 선정위원회와 경영·홍보·마케팅·마켓 등이 속한 사무국, 비프아시아영화아카데미팀이 있는 지석영화연구소가 속해 있다.

BIFF에는 부집행위원장도 있다. 강승아 부집행위원장은 2019년부터 영화제 정무와 대외협력 등을 맡고 있다.

영화계 D 씨는 “BIFF는 이미 헤드급 인사가 여럿 있는 비대한 조직”이라며 “사실상 (운영위원장은) 부집행위원장이 맡았던 업무에 해당하는데 집행위원장으로 올려 선임한 이유도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BIFF는 2016년 7월 민간 이사장 체제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2014년 ‘다이빙 벨’ 사태 이후 BIFF의 독립 보장을 요구하는 영화계의 목소리가 커지자 조직을 사단법인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맡고, 집행위원장이 수장이 돼 영화제를 이끄는 구조였다.

앞서 전주국제영화제(JIFF)도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택하면서 영화제 안팎으로 잡음이 크게 일었다. JIFF는 올해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부집행위원장이었던 민성욱 씨와 함께 정준호 영화배우를 선출했다. 다만 전주는 우범기 전주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맡고, 이사장이 없는 구조라 BIFF와 또 다르다. 영화제 업무를 보는 인원은 공동집행위원장 두 명뿐이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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