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롯데, 이 기세라면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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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돈 스포츠라이프부장

‘오보’ 각오하고 예고한 올 시즌 롯데 성적
‘톱 3’ 성적으로 여름 맞는 현실로 적중해
기세 살려 “가을에도 야구” 한 번 더 장담

올해 3월 31일 자 <부산일보> 특집면 '2023 프로야구'. 부산일보DB 올해 3월 31일 자 <부산일보> 특집면 '2023 프로야구'. 부산일보DB

‘과·거·는

잊·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인 2023 신한은행 솔 KBO리그 개막을 하루 앞둔 3월 31일. 〈부산일보〉는 타블로이드판형의 별지로 프로야구 특별판을 발행했다. 사실 프로야구 특별판 발행이 말 그대로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해마다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야구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을 찾아 24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제작해 오고 있는 연례행사이기도 하다.

프로야구가 지역 연고제로 시행되는 만큼 〈부산일보〉에서는 부산 연고의 롯데 자이언츠에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선발투수와 계투진의 기량을 미리 살펴보고, 내·외야수 등 수비 포지션별 주요 선수들을 소개하며, 예상 타선도 점쳐 보는 식이다. 해마다 활약이 예상되는 신인 선수들을 미리 소개하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주요 내용이다.

특별판 24페이지를 오롯이 한 팀의 정보로 채우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축적돼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올해도 광고면을 빼고 순전히 15개 면을 롯데 자이언츠로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시즌 개막을 앞둔 매년 2~3월, 〈부산일보〉 프로야구 담당 기자는 일주일 정도 롯데 자이언츠의 해외 전지 훈련장인 스프링캠프를 찾아 선수단과 함께 생활한다. 이 기간 동안 선수단이 한 시즌을 전력 질주하기 위한 체력과 기술을 연마하듯이, 기자도 이 시기에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씨를 뿌리는 셈이다.

올해 롯데는 미국 괌, 일본 이시가키·오키나와 순으로 3차례 해외 스프링캠프를 가졌다. 〈부산일보〉는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뿐만 아니라 영상취재 PD까지 3명의 인원이 괌을 찾아 8일간 롯데 선수단과 함께 호흡하며 취재활동을 펼쳤다.

이때 뿌린 씨앗이 현재 ‘롯데 소식은 〈부산일보〉가 최고’라는 독자와 야구계의 평가로 보상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올해 프로야구 특별판을 제작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게 프런트면이라고 불리는 1면의 구성이었다. 이전에도 특별히 다른 상황은 아니었지만, ‘조선의 4번 타자’로까지 칭송받았던 이대호가 없는 원년인 올해는 특히 과거에는 없던 지면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8일 사직야구장. 이대호는 은퇴 경기를 치른 후 “롯데를 우승시키지 못하고 떠나니 죄짓는 기분”이라며 자신의 야구 인생을 50점이라는 박한 점수로 평가했다.

당시 관중석에서 이대호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본 기자로서는 이대호 은퇴의 아쉬움보다 이대호 없는 롯데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살짝 설렜던 기억이 있다.

롯데 구단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일까. 올 시즌 출정식 현장에서 5년 만에 교체한 새 유니폼과 심볼을 공개했다. 딱히 그렇다고 단정하지 못해도 이대호의 은퇴가 이전과 다른 각오를 갖게 한 요인이 됐다고 짐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어쨌든 〈부산일보〉는 올 프로야구 특별판 프런트면을 ‘과거는 잊었다’라는 짧고 강한 한마디로 정했다. 과거를 부정하거나 지울 수는 없지만, 과거에 발목 잡혀서도 안 된다는 주문을 담은 문구다.

‘과거는 잊었다’라고 했지만, 내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고백도 해야겠다. 한화 이글스의 ‘보살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해마다 ‘봄데’에 녹초가 된 롯데팬의 경험치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부산일보〉의 프로야구 특별판 역시 괜한 기대감을 낳는 ‘선의의 오보’를 해 왔다는 고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올해는 보기 좋게 적중하고 있다.

내일이면 5월도 끝이다. ‘과거를 잊은’ 롯데는 6월을 당당히 ‘톱 3’팀으로 맞는다. 보살팬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어느새 ‘봄데’를 넘어선 롯데는 뜨거운 여름을 ‘원톱’을 향한 전진의 시기로 삼을 태세다.

롯데의 비상에는 '간절함'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7-10-7-8-8'이라는 바닥권 성적을 기록했지만, 사실 선수단에게는 간절함을 쌓고 있던 시기였다. 이 간절함은 때를 기다리던 신인들과 방출 설움을 꾹꾹 눌러둔 이적생들의 방망이로 꽃을 피우고 있다. 〈부산일보〉가 오보를 각오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간절함을 읽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챔피언십 문화' 다시 찾겠다"던 래리 서튼 감독의 선언 역시 현실이 되고 있다. '봄데'를 되뇌던 부산 갈매기들은 이제 '기세'를 외치고 있다. 이 지면을 빌려 롯데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가을까지 이어진다고 한 번 더 장담해 본다. 이 기세라면 더 이상 오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리라 기대한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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