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급한 불 껐지만… 경남 시군 절반은 ‘원정 출산’
통영 유일 분만병원 정부 지원 받아
문 닫을 위기서 정상운영 ‘한숨’ 돌려
경남 9개 시군 분만 가능한 곳 없어
“장려금보다 출산·보육환경 구축을”
경남 통영시에 사는 임신부들이 낯선 타지로 원정 출산을 떠나야 하는 불안을 덜게 됐다. 출생아 수 급감으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지역 유일 분만 산부인과(부산일보 2022년 4월 6일 자 11면 보도)가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돼 정상 운영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통영시는 한시름 놓게 됐지만, 도내 18개 시군 중 절반은 아예 분만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통영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2023년 분만취약지(C등급) 분만산부인과 지원사업’ 공모에 통영자모산부인과가 선정됐다. 이는 지역에 있는 분만산부인과가 의료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도록 시설·장비 구축에 필요한 재원과 운영비를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통영 시에서 산부인과 진료를 보는 곳은 자모산부인과를 비롯해 통영중앙병원, 새통영병원, 미래산부인과 등 4곳이다. 하지만 이 중 분만과 산후조리까지 수행하는 곳은 자모산부인과뿐이다. 이 때문에 2021년 ‘분만취약 예정지’로 지정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출산 여파로 분만 수요도 덩달아 줄어 경영난에 직면했다. 실제 통영지역 출생아 수는 최근 10년 사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2년 1551명이던 게 지난해 380명까지 줄었다. 인건비와 유지관리비 등 고정비 지출을 고려할 때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다.
다행히 이번에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서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갖추게 됐다. 수행의료기관인 자모산부인과는 앞으로 연간 5억 원(국비50%, 지방비50%)의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다만, 지원 첫해인 올해는 남은 6개월분에 해당하는 2억 5000만 원만 받는다. 통영시는 여기에 관내에서 출산한 산모에게 1인당 50만 원을 지급하는 ‘산모 건강관리비 지원사업’을 병행한다.
오영민 통영시보건소장은 “지역 내 안정적인 분만환경을 구축하게 돼 아이 낳기 좋은 출산 친화환경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통영은 급한 불을 끄게 됐지만, 당장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지역이 한둘이 아니다. 경남 18개 시군 중 절반에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다. 사천·의령·함안·창녕·고성·남해·산청·함양·합천이다. 이 중 의령·남해·함양·합천 4곳은 보건복지부가 A등급 분만취약지로 분류했다.
분만취약지는 차로 1시간 내 이용할 수 있는 분만시설이 부족한 지역이다. 심각한 정도에 따라 A~C등급으로 나뉜다. 1시간 내 분만의료 이용률이 30% 미만이고, 분만 의료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경우 A등급으로 분류한다.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B등급이 된다. 분만실별 배경 인구수 하위 30% 미만, A·B등급지를 제외한 지역을 C등급 취약지로 지정한다. 전국적으로 A등급은 30곳, B등급은 17곳, C등급은 61곳이다. 경남은 창원, 김해, 양산, 진주, 거제를 제외한 13개 지자체가 취약지다.
고위험 임신부를 받을 수 있는 응급분만 환경은 더 열악하다. 거제와 통영, 고성을 통틀어 유일하게 24시간 응급분만과 미숙아 관리를 해주던 거제 대우병원 분만·신생아실이 2020년 2월 폐업했다. 산후조리원 역시 마찬가지다. 경남에 민간 산후조리원이 있는 지역은 단 6곳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지역 소멸을 막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선 일회성 출산장려금보다, 출산·보육 사각지대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도는 하반기 자체 시범사업으로 ‘사천 청아여성의원’에 분만산부인과를 설치, 운영하는 등 취약지 인프라 확충과 공공의료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경남도 김옥남 가족지원과장은 “임산부와 신생아의 건강증진을 위해 공공산후조리원 등 공공서비스 강화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