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반도체도 ‘일본의 전철’ 밟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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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섭 동의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교수


2023년 1분기 K반도체 경영 실적은 처참했다.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1분기 적자가 4조 6000억 원에 육박하고 SK하이닉스는 3조 4000억 원으로 메모리 시장 세계 1·2위인 두 기업의 총 적자액이 8조 원에 이른다. 올해 2분기도 나아지는 기미가 안 보인다니 비슷한 적자 규모를 내놓을 게 분명하다.

 최근 몇 년간 20조 원 이상 흑자를 내던 두 기업이 이 모양이니 이러다가 반도체 신화도 옛말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번 정부는 반도체 초강대국 건설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10년간 15만 명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선포했는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으로 전락될 위기이다.

 분명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세계 IT 경기가 악화되면서 재고가 많이 쌓여 메모리 칩 단가가 떨어진 게 원인일 수도 있고 윤석열 정부 들어 탈중국화가 심화되면서 대중국 무역 흑자가 적자로 돌아선 이유도 원인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미국-NATO 회원국, 중-러 간 신냉전 구도가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원인들에 대해 기업이 풀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1985년 미-일 간 플라자 합의로 급격히 몰락한 일본 경제의 판박이가 우리나라가 될 수 있다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재벌들의 오너들은 대규모 투자에 있어 역할이 중요한데 삼성 이재용 회장은 아직도 검찰에 발목이 묶어 자유롭지 않으며 SK 최태원 회장은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위원장으로도 활동하다 보니 기업 경영에 올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가 30년간 쌓아올린 메모리 반도체 세계 1·2위라는 명성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30년 전 세계 10위권 안에 6개 업체를 보유했던 ‘일본의 몰락’을 우리도 겪을 수 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반도체 산업은 타이밍 산업이고 장치 산업이며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최첨단 산업으로 결국 인재 양성이 필수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청사진들은 엄청나다. 반도체 특화 단지와 반도체 특성화 대학 및 국가첨단산업단지가 권역별로 유치전에 들어가 지자체 간 불꽃 튀는 전쟁이 시작됐다. 여기서 떨어지면 해당 지자체에서는 앞으로 10년간 반도체 등 첨단기술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진다. 매년 수천억, 수조 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한 수도권 집중화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으며 특히 이공계 학생들의 진로에는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다행히 부산시는 지난 20일 정부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산업 특화단지’ 사업 중 전력반도체 분야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필자는 고향을 떠나 수도권에서 30년 가까이 생활하다가 지역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귀향해 학생들을 가르치곤 있지만 K반도체에 헌신한 경영인들 중 유독 부울경 지역 사람들이 많다. 삼성전자 반도체 세계 1위 일등공신이었던 진대제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경남 의령군 출신으로 미국 유학 시절 실리콘밸리에 있던 삼성전자를 직접 찾아가 일자리를 구했으며, 황창규 전 KT 회장은 부산 사람으로 경남 진해에서 군 생활을 마쳐 이순신의 ‘사즉생 정신’을 가슴에 새긴 사람이다. 반도체 ‘황의 법칙’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가 아직 약한 시스템 반도체 대가로서 임형규 전 SKT 부회장은 경남 거제시 출신이며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동아대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받은 특허료로 미국 유학비를 마련하고 반도체 전문가로서 전 세계에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런 인재들을 잘만 활용해도 부울경 지역이 K반도체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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