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칼 겨눈 미 금융당국… 시장 변동성 커질 듯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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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등 거래소 잇단 제소
주요 가상자산 19개 증권 분류

6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앞.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앞.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 연합뉴스

미국 금융당국 칼날이 일제히 가상자산을 향한 모양새다. 초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를 상대로 연달아 제소하고 19개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분류하는 등 본격적인 규제에 나서면서다. 업계는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5일 바이낸스를 13개 혐의로 제소했다. 바이낸스코인(BNB), 바이낸스 스테이블코인인 BUSD 등을 ‘미등록 증권’으로 보고 이를 판매한 혐의, 고객 자금을 유용해 자오창펑 CEO가 관리하는 기업으로 빼돌린 혐의 등이다. SEC는 자오창펑 CEO에 대해서도 소를 제기했다.

코인베이스 역시 제소 대상이 됐다. 코인베이스의 경우 CEO를 제외하고 회사만 미등록증권 매매 혐의, 미등록 거래소 운영 혐의 등으로 제소했다.

SEC는 이와 함께 두 거래소는 물론 국내 주요 거래소에도 상장한 솔라나(SOL), 에이다(ADA), 폴리곤(MATIC), 파일코인(FIL), 샌드박스(SAND),엑시인피니티(AXS) 6개를 포함, 총 19개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판단했다. SEC가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증권으로 분류된 자산은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바이낸스와 자오 CEO는 지난 3월에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파생상품 등에 관한 규정 위반으로 제소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 단속의 고삐를 죄는 것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간 주도권 싸움이 깔려있다고 본다. 가상자산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만큼 이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영역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규제 영향으로 업계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실제 12일 가상자산 가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시가총액 20위 안에 드는 주요 코인인 카르다노, 솔라나, 폴리곤, 코스모스의 가격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20~30%씩 하락했다.

가상자산 업계 중심도 미국에서 다른 국가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두바이와 홍콩이 거론된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 내 최대 자유 무역지대인 ‘두바이 복합 상품 거래소(DMCC)’ 내에 크립토 센터를 마련, 가상자산 기업들의 등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홍콩도 지난 1일부터 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시스템 구축 등 요건을 갖춰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상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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