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사망보험금 타려고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 고인 친누나 “구하라법 통과 시급”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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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사망한 선원 친누나, 국회서 기자회견
1심 “생모에게 2억 4000만 원 지급하라”
“양육 의무 안 지킨 부모, 재산 상속 금지해야”
항소심 진행 중…구하라법 소급 적용 어려워

지난해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던 김종선 씨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던 김종선 씨의 모습. 연합뉴스

2년 전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사망한 고 김종안 씨의 친누나 김종선(61) 씨가 ‘구하라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54년간 연락도 없다가 아들이 죽자 사망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나타난 생모에게 1심 법원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씨는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을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구하라법은 이미 여러 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으나 여야의 정쟁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21년 관련 법안을 내놨고 법무부도 작년 6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민법 개정안은 가수 고 구하라 씨의 오빠 구호인 씨가 ‘어린 구 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 씨 사망 이후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리고 있다.

서 의원은 “민법에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부양·양육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자녀 양육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얻는 것은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한다”고 말했다.

구하라법에 불씨를 지피고 있는 고 김종안 씨는 2021년 1월 승선 중 폭풍우를 만나 목숨을 잃었다. 이에 김 씨 앞으로 사망 보험금 2억 5000만 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 원 등 3억 원가량의 보상금이 나왔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나타난 그의 80대 생모는 현재 민법의 상속 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12월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 4000만 원가량을 지급해달라’는 친모의 청구가 이유 있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김종선 씨는 “생모는 동생이 2살 무렵 떠난 후 한 번도 우리 삼남매를 찾아오지 않았고 따뜻한 밥 한 그릇도 해준 적 없다. 그를 엄마라고 불러보지도 못했다”며 “친오빠가 1999년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갔지만 오지 않았다. 정말 본인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제 막냇동생이 죽자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생모는 동생의 통장에 있던 1억 원의 현금과 동생이 살던 집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놓았다. 이 생모는 엄마도, 사람도 아니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씨는 “죽은 동생에게 6년간 함께 살았던 배우자가 있음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동생의 배우자가 사실혼 관계였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은 많이 있지만 법원에서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1심 판결해 불복한 김 씨는 항소했고, 현재 부산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과정에 구하라법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김 씨가 소급적용을 받기는 어렵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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