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혈세 지원받는 케이베리, 수상한 의혹에 ‘입방아’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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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유용 의혹에도 '쉬쉬'
물량, 특정 항공사에 집중
가격 경쟁도 않아 의혹 커져
농림부·aT도 개입에 손 놔

한국딸기수출통합조직 (주)케이베리는 생산자와 수출업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비상장 주식회사로, 연간 40억 원 안팎의 국비를 지원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한국딸기수출통합조직 (주)케이베리는 생산자와 수출업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비상장 주식회사로, 연간 40억 원 안팎의 국비를 지원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연간 수십억 원의 국비가 지원되고 있는 한국딸기수출통합조직 (주)케이베리(K-berry)가 최근 이해하기 힘든 행정으로 각종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소속 법인에서 보조금 유용 의혹이 터졌지만 감사조차 나서지 않는가 하면, 특정 항공사 일감 몰아주기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케이베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의 지원을 통해 생산자와 수출업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비상장 주식회사다. WTO 탓에 수출 농가들에 대한 직접 지원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작목별로 수출통합조직을 만들어 연간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딸기수출통합조직인 케이베리는 연간 40억 원 정도를 지원 받는다. 민간 자체 예산이 1~2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체 운용자금의 95% 이상이 국비인 셈.

케이베리는 지난 2021년 7월, 진주 A영농조합법인에 딸기 공동육묘장 설치 지원사업으로 6000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A법인은 육묘장을 지었다며 8월에 케이베리에 증빙자료까지 제출했다.

케이베리는 최근 소속 법인의 보조금 유용 의혹이 터져나왔지만 제대로 감사에 나서지 않아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김현우 기자 케이베리는 최근 소속 법인의 보조금 유용 의혹이 터져나왔지만 제대로 감사에 나서지 않아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김현우 기자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쯤 갑자기 A법인에서 당시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내부증언이 터져나왔다. 새 육묘장을 짓지 않았으며 증빙자료 역시 조작됐다는 것. 특히 지원금 가운데 3000만 원은 법인 운영자금으로 사용됐고, 나머지 3000만 원은 행방이 묘연하다 소문이 확산되자 다시 법인 통장으로 재입금된 정황이 포착됐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가 보조금이 엉뚱하게 사용된 건데 어찌된 일인지 케이베리는 감사에 나서지도 않은 채 쉬쉬하고 있는 상태다. 농림부나 aT 역시 이 같은 보고가 올라갔지만 케이베리가 주식회사기 때문에 개입할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케이베리의 한 소속 법인 대표는 “케이베리 이·감사들이 모두 법인 대표다 보니까 서로에게 감사를 나갈 수 없는 환경이다. 결국은 제식구 감싸기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다. 국비가 어디로 새고 있는지,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농림부와 aT, 케이베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지난해 11월, 공동물류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현우 기자 농림부와 aT, 케이베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지난해 11월, 공동물류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현우 기자

케이베리의 이해하기 힘든 행정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케이베리는 원활한 물류 환경 조성을 위해 공모를 통해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하는 한편, 물류비 절감을 위해 공동물류도 도입했다. 제각각으로 진행되는 물류계약을 일원화하고, 항공사 별로 자유가격경쟁을 붙여 단가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에는 농림부와 aT, 케이베리, 두 국적사 대표가 모여 신선농산물 항공물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일보> 취재 결과 케이베리는 말로만 자유가격경쟁을 내세울 뿐, 실제로는 특정 국적기에 물량을 밀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딸기는 홍콩과 방콕, 호치민, 자카르타, 싱가포르, 하노이 등 8개 도시에 주로 수출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5곳이 B항공사 단독 운항이다. 반면 또 다른 국적기 C항공사 단독노선은 하노이 1곳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홍콩이나 방콕 등에 비교하면 물류량이 미미한 수준이다. 이밖에 싱가포르와 마닐라는 공동운항을 하는데 이 역시 B항공사 비중이 70%에 달한다.

8개 노선 전체 비중을 놓고 보면 B사는 전체 82%, C사는 7%, 그 외 일부 외항사 비중이 11% 수준이다. 코로나 이전 C사 물류 비중이 전체 30%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공동물류 도입 이후 오히려 1/4 수준으로 비중이 줄어든 셈이다.

케이베리 수출 딸기 모습. 김현우 기자 케이베리 수출 딸기 모습. 김현우 기자

더 황당한 점은 C사 측이 지난해 12월부터 꾸준히 화물항공운임료 단가를 낮춰 제안을 했는데도 케이베리는 계속해서 B사의 입장만 고집했다는 점이다.

한 법인이 하루에 딸기 수십t을 수출한다고 가정하면 1kg당 100원만 깎아줘도 수백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연간 100일만 수출해도 수억 원에 달하는 돈을 남기게 되는 셈이다. 심지어 C사는 지난 3월 초, kg당 홍콩 300원, 싱가포르 600원, 방콕 500원 등 운임료를 낮추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케이베리는 공동운항 도시인 싱가포르만 수용하고 홍콩과 방콕은 B사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딸기 수출 관계자에 따르면 “C사가 12월부터 물류단가를 낮추겠다고 제시한 건 사실"이라면서 "심지어 (국적사인 C사가) 전용기 보조금을 포기하고 외항사 가격과 동일하게 제시했는데도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 케이베리 측은 B사가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고 언급했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수출법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농민들을 돕기 위해 도입된 공동물류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딸기 수출법인 대표는 “물류 전문가라고 해서 뽑은 현재 케이베리 대표가 B항공사 출신이다. 그래서 B항공사와 친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격경쟁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B항공사가 반대하기 때문에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야지, 어떻게 항공사의 눈치를 보고 있나. 정부나 aT는 뭘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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