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모님’ 모시고 국민템 모으고… 요즘 ‘엄빠’ 육아 분투기 [MZ 편집국]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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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편집국] 저출산 시대 젊은 부모들

후기 좋은 산후도우미 예약은 ‘별 따기’
인기 어린이집 임신 하자마자 신청해야
백화점·대형마트 문화센터 석달 전 마감
선배 부모 검증 ‘국민 용품’ 신뢰 절대적
온라인 정보공유·중고거래·나눔 활성화

삽화=류지혜 기자 birdy@ 삽화=류지혜 기자 birdy@

0.808명.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다. 부산은 더 심각하다. 0.73명으로 전국 최하위다. 출산율 1명이 안 되는 나라. 점점 더 아이를 보기 힘들어지는 나라에서 큰 용기를 내 부모가 되기로 한 요즘 엄마, 아빠. 그들의 ‘요즘 육아’를 들여다봤다.

■갓모님을 구해라

“올해 말까지 A 도우미님 예약은 이미 다 끝났어요.”

출산을 앞두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산후도우미(이하 도우미)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최근 업체에 전화를 건 박 모(32·부산 사상구) 씨는 육아 커뮤니티 후기를 통해 찾은 'A 도우미님'의 예약 마감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A 도우미는 ‘선배 엄마’ 사이에서 ‘갓모님’(이모를 신적인 존재로 높여 부르는 말)으로 불린다. 산후도우미는 아이 양육부터 집안 살림까지 도맡아 산후 관리를 돕는다. 산후도우미마다 양육 도움의 범위, 양육 방식 등은 천차만별이다. 초보 부모에게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산후도우미 ‘모시기’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다음은 어린이집과 문화센터 예약이 기다린다. 저출산 시대에 따라 어린이집 수는 줄어들고 인기 어린이집은 매우 한정적이다. 부모 사이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출산 직후에 예약해야 아기가 돌일 때 겨우 보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문화센터의 경우 대형 백화점·마트의 문화센터는 이달 기준으로 오는 10월 프로그램까지 예약이 끝난 게 대다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자체 문화센터의 프로그램이 대폭 줄었고, 백화점·마트 등은 수유실 등 인프라를 갖춘 덕에 지자체 운영 문화프로그램보다 인기가 높다.

MZ 세대의 육아는 커뮤니티 정보에 더 민감하다. 6일 부산 롯데백화점 본점 아동·유아 코너에서 고객이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MZ 세대의 육아는 커뮤니티 정보에 더 민감하다. 6일 부산 롯데백화점 본점 아동·유아 코너에서 고객이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가성비 국민템 삼매경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은 어느덧 옛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국민템이 필요하다’가 요즘의 육아다. 물론 옛날에도 인기 육아용품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국민템은 인기를 넘어 각종 SNS, 유튜브를 통해 선배 엄마, 아빠의 선택을 받은 아이템만이 국민템 지위를 받는다.

최근 출산을 앞둔 이지수(32·부산 연제구)씨는 “주변에 출산한 사람이 많지 않고 물려받을 곳도 마땅치 않아 물건을 잘 사야 한다. '국민'이 붙은 물건에는 선배 엄마의 경험이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의 육아는 ‘해 보니까’가 없는 시대다. 검색과 정보가 육아인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템은 대부분 부모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거나 추천을 받으면 인기 육아용품으로 급부상한다. 커뮤니티 등에서는 제품마다 ‘핫딜’ 정보가 매일 업데이트된다. 특정 상품의 핫딜 알림 예약을 걸어놓는 건 기본이다.

■여행지에서 중고거래

태어난 지 1년 된 아이와 최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남 모(38·부산 기장군) 씨는 세 가족의 2박3일 일정에 여행용 가방 1개만을 챙겼다. 남 씨는 제주공항 도착 직후 미리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거래해 둔 물놀이 용품, 유모차, 바운서 등을 받았다. 그는 물건을 받은 직후 중고거래 사이트에 받은 물건을 다시 올렸다. 3일 뒤 제주도를 떠나기 전에 물건을 되팔기 위해서다. 남 씨와 중고거래를 한 사람도 여행객이었다. 남 씨는 “여행지에서 사흘 사용하고 되팔았다. 아이 짐이 많다는 것에 착안해서 중고거래가 활성화돼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육아용품 시장에서 중고거래는 활발하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육아 부모 간에 중고거래뿐 아니라 ‘우리 아이가 커서 못 입게 됐다’며 무료 나눔도 활성화돼 있다.

부산 참보육부모연대 안진경 대표는 “저출산, 비혼이 늘어나며 육아 정보를 공유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또래 아이를 키운다는 것만으로도 신뢰가 쌓여 맘카페, 중고거래 등으로 사회적 커뮤니티가 육아를 이끌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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