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하룻밤 수백만 원 프러포즈 유행… 혼인율은 최저” [코리아 리포트]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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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등 한국 결혼 문화 조명
명품 백 선물 등 비싼 청혼 비판
지난해 혼인율 역대 최저 주목
주거·육아비 부담 등 원인 분석

외신들은 하룻밤에 수백만 원이 사용되는 결혼 프러포즈를 비판적 시간으로 바라본다. 외신들은 하룻밤에 수백만 원이 사용되는 결혼 프러포즈를 비판적 시간으로 바라본다.

한국의 결혼 문화는 예전부터 외신들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외신들은 결혼하기 전 이뤄지는 프러포즈를 위해 하룻밤에 수백만 원이 사용되는 것을 놓고 ‘값비싼 결혼’이라며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또 한국의 결혼률(조혼인율)이 지난해 최저 수준을 기록한 이유와 그 배경을 분석하는 기사도 나온다.

■“프러포즈 이벤트에 586만 원”

미국 유력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생의 반려자를 맞기 위해 거액을 들이는 한국 청년들의 프러포즈 문화를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WSJ는 최근 ‘결혼식 전 넘어야할 고가의 벽-4500달러짜리 프러포즈’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인들은 이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이너 핸드백과 함께 화려한 호텔 스위트룸에서 청혼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한국에서 고가의 프러포즈 트렌드가 커플들에게 압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한국의 직장인 커플 사례를 다수 소개했다. 여성 직장인인 오 모 씨는 결혼에 값비싼 비용이 드는 것에 불만을 느꼈고, 이에 결혼반지는 물론 예식장 역시 수수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프러포즈만큼은 하룻밤 멋진 호텔에서 묵으며 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에 며칠 전 오 씨의 남자친구는 꽃장식과 샴페인이 포함된 하루 1200달러(약 156만 원)짜리 패키지를 통해 청혼을 했다. 직장인 하 모 씨의 경우 프러포즈 준비에 총 4500달러(약 586만 원)를 들여 “여자친구가 승낙했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WSJ은 인스타그램에 ‘호텔 프러포즈’로 검색하면 관련 해시태그에 게시물 4만 개가 넘게 검색된다고 보도했다. 약혼한 커플이 올리는 프러포즈 사진에는 종종 고급 보석과 명품 가방이 등장한다.

값비싼 프러포즈 이벤트를 놓고 한국 내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김 모 씨는 얼마 전 자신의 여자친구 지인이 프러포즈 선물로 받은 명품 핸드백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김 씨가 자신도 명품 핸드백을 선물해야할지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은 ‘진심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기혼자 친구들은 ‘부실한 프러포즈로 남은 평생 지적받을 수 있다’며 가방을 선물로 챙길 것을 조언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청혼 비용이 최소 3000달러(약 390만 원)는 들 것 같다”고 말했다.

WSJ은 비싼 프러포즈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좀처럼 멀리 여행을 갈 수 없게 된 커플들이 5성급 호텔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WSJ는 지난 1월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은 1인당 사치품 소비 규모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며 “럭셔리한 트렌드로 인해 옛날 전통적인 방식의 청혼이 거북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조혼인율 사상 최저치 기록

외신들은 하룻밤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프러포즈가 확산됨에도 한국의 조혼인률(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WSJ은 “결혼에 골인하기 위해 한국 청년들이 고급 호텔에서 큰돈을 들여 프러포즈 이벤트를 해야만 한다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으나, 혼인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인구가 줄어든 데다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는 이들이 감소하면서 혼인 건수 자체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재팬타임스는 최근 ‘한국의 결혼 건수는 기록적으로 하락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가진 한국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의 결혼은 지난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고 한국의 암울한 출산율의 추가적인 하락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재팬타임스는 한국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조혼인율은 2021년 3.8건에서 3.7건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0.4% 감소한 19만 1700여 건의 결혼이 이뤄졌다.

한국인들이 결혼을 꺼리는 데에는 높은 주거비에서부터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성 간 갈등이나 혐오주의가 결혼을 기피하는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국에서 결혼에 골인하기 위해 프러프즈는 물론 결혼에 드는 비용도 엄청나다 보니 청년들이 아예 결혼 자체에 회의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일부 외신은 한국인의 결혼에 대한 거부감 증가가 세계 최저인 한국 출산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혼외 출산이 드문 한국에서 결혼과 출산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낮은 출산율은 노동력을 줄이고 소비를 둔화시킴으로써 한국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정부는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지난해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모수당 월 3배 인상을 포함해 출산 장려책을 대거 도입하기도 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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