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운대수목원 차질 없어야 ‘정원도시 부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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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구역 부지 침하 우려로 공사 중단
국내 최대 규모, 완공 일정 최선 다해야

2021년 임시 개장한 부산 해운대수목원의 나머지 2단계 구역 공사 중 부지 침하 가능성이 제기돼 작업이 전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공사가 중단된 수목원 2단계 구역과 지난해 5월 개방된 1단계 구역 전경. 정종회 기자 jjh@ 2021년 임시 개장한 부산 해운대수목원의 나머지 2단계 구역 공사 중 부지 침하 가능성이 제기돼 작업이 전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공사가 중단된 수목원 2단계 구역과 지난해 5월 개방된 1단계 구역 전경. 정종회 기자 jjh@

2021년 임시 개장한 부산 해운대수목원의 나머지 2단계 구역 공사 중 부지 침하 가능성이 제기돼 작업이 전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부산시가 지난 4~5월 실시한 해운대수목원의 지반 조사 결과, 관리 시설과 전시실 등이 들어설 2단계 구역이 지반 침하 가능성으로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2025년까지 해운대수목원을 국내 최대 규모의 공립수목원으로 전면 개장하려던 시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임시 개장 뒤 나들이 장소로 인기인 해운대수목원의 공기 지연은 전면 개장을 바라는 시민에게도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해운대수목원은 석대동 일대 쓰레기매립장을 수목원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에 따라 2011년부터 1단계 공사가 시작됐다. 그사이 1단계 공사는 완료됐고, 2단계 공사도 현재 완공을 불과 2년 정도 남겨 둔 상태다. 그런데 인제 와서 지반 침하 우려로 공립수목원의 법률상 필수 시설인 전시실, 연구소, 온실 등을 지을 수 없다고 하니, 시민들은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처음부터 쓰레기매립장 위에서 시작하는 공사라면 이런 일쯤은 예측 가능할 법도 한데, 그동안 공사 준비가 부실하지 않았는지 의심이 든다. 시는 대체 부지를 곧 마련해 공사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나, 무슨 말을 해도 사후약방문 대처다.

쓰레기매립장 위에서 벌이는 수목원 공사가 그냥 맨땅에서 하는 공사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총면적이 부산시민공원의 1.4배에 달하는 대규모이고, 또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로 계획했다면 시가 이처럼 허술하게 공사 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이제 도시의 대표 공원이나 수목원은 바로 도시의 품격과 동등하게 여겨진다. 지금 전국의 지자체들 사이에 ‘정원도시’ 조성 열풍이 일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정원, 공원, 수목원 같은 도심의 조경녹지가 바로 도시 브랜드가 되는 시대다. 전남 순천의 국제정원박람회가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부산시가 이런 흐름과 동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산은 안 그래도 조경녹지가 경쟁 도시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 오래다. 국내 최대 규모에 걸맞은 해운대수목원의 완성도 높은 개장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어느 정도 이 같은 불명예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부산도 정원도시로의 가능성을 기약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시민들의 오랜 바람이기도 하다. 최근 박형준 시장이 올해부터 부산시민공원, 부산수목원 등 부산 전체의 조경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해운대수목원의 차질 없는 조성은 상징성에서도 그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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