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용자산 매각 지침’ 지자체 형편 따라 ‘희비’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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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 을숙도 축구장 매입 추진
예산 부담 ‘쩔쩔’ 일부만 선구입
동래구, 신청사 인접지 매입 완료
2024년 보건복지행정센터 개소

사하구청이 수자원공사로부터 매입을 추진하는 을숙도 체육공원 축구장 전경. 사하구청이 수자원공사로부터 매입을 추진하는 을숙도 체육공원 축구장 전경.

지난해 발표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의 영향으로, 국가나 공공기관이 사용하지 않던 불용자산을 지자체가 사들이는 사례가 나온다. 축구장으로 사용하며 임대료만 내던 부지를 수십억 원 주고 사야 해 부담을 느끼는 지자체도 있는 반면, 신규 사업을 위해 부지 매입을 희망하던 차에 가이드라인 발표로 기회를 잡은 지자체도 있다.

부산 사하구청은 사하구 을숙도 상단부 체육공원 축구장의 일부인 수자원공사 소유 1개 필지 1472㎡ 매입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수자원공사와 구청이 감정평가를 통해 책정한 매매가는 약 8억 원인 것으로 알려진다.

두 기관은 9년 전인 2014년부터 축구장 부지 매매에 대해 논의해왔다. 공사는 지속적으로 구청에 부지 매입을 요청해왔고, 사하구청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연 이용료 약 9000만 원을 내며 부지를 빌려 사용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고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서는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기관별 혁신 추진 실적은 상시 점검과 평가를 통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이번에 거래하기로 한 부지는 축구장 3만 831㎡ 내 수자원공사 소유 2개 필지 총 9069㎡의 16%에 불과하다. 구청의 예산 부담 탓에 두 필지 중 비교적 작은 필지 하나를 먼저 거래하기로 협의했다. 구청은 2개 필지를 모두 매입하는 데 2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청은 1개 필지 매입비 약 8억 원도 전액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올해 예산에 부지 매입비 3억 원이 책정됐고, 매각 대금은 순차적으로 지급하는 방향으로 공사와 협의하고 있다는 게 구청의 설명이다. 구청 관계자는 “2014년부터 (공사가) 부지를 사 가라고 권고해왔고, 구청은 계속 임차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공사도 매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 부산권지사 관계자는 “내부 기준으로도 불용자산은 매각하도록 돼있지만, 축구장을 시민들이 사용하고 있어 민간에 매각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눈독 들이던 국가 소유 부지를 매입하는 기회가 된 사례도 있다. 동래구청은 지난달 동래구 명륜동 옛 부산기상청 부지(1826㎡)를 150억 6156만 원에 매입해 소유권 이전을 마쳤다고 밝혔다. 동래구 신청사와 인접한 이 부지에는 본관, 홍보관, 수위실 등 건물 3개 동이 있다. 구청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가칭)보건복지행정센터를 조성하고, 신청사 부설 주차타워를 지을 계획이다.

지난해 7월 기재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부지 매입 의사를 밝혔고, 마침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며 원칙적으로는 매각이 불가한 국가자산을 매입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월 기재부에서 처음으로 연 제2차관 주재 제1회 국가·지자체 간 국유재산 활용협의회를 통해 매입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고 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부지 내 시설 배치를 구상하고 있고, 2024년쯤 센터를 개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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