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청, 편법 ‘상가 쪼개기’에 장단 맞췄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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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상가 매입 후 소유권 분할
구비 요건 미비 불구 허가 내줘
현장 확인 의무 조항도 안 지켜
구청 “법 해석상 문제” 해명 논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대우마리나 1·2차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6일 해운대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해운대구청은 상가지분 쪼개기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탁경륜 기자 부산 해운대구 우동 대우마리나 1·2차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6일 해운대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해운대구청은 상가지분 쪼개기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탁경륜 기자

재건축을 추진 중인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빚어진 ‘상가 쪼개기’로 아파트 입주민의 우려(부산일보 4월 3일 자 6면 등 보도)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이뤄진 상가 소유권 분할 당시 해운대구가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의 법령 미준수로 인해 대대적인 법적 갈등이 우려되지만 정작 해당 지자체는 추후 개선할 수 있는 문제라며 늑장을 부려 갈등을 키운다는 비판이 거세다.

1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운대구청은 지난해 10월 해운대구 우동 대우마리나 상가 소유권 분할 당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A업체에 상가 소유권 분할 허가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가 건물 구분 소유를 위해서는 해당 상가가 판매시설이나 운수시설이어야 하고 경계를 알아볼 수 있는 표지와 점포별로 부여된 건물번호 표지를 붙여야 한다. 모든 조건을 충족한 후 분할을 신청하면 지자체가 허가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A업체가 매입한 대우마리나 1차 지하상가의 경우 경계 표시나 건물번호 표지 부착 없이 분할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은 해당 부지가 판매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청 2주 만에 분할을 허가했다. 이후 A업체는 지하상가 전용면적 1044㎡(약 316평) 규모 1개 호실을 전용면적 9.02㎡(약 2.7평)인 123개 호실로 나누는 ‘상가 쪼개기’를 진행했다.

구청은 분할 신청이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신청 내용이 적합한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도 지키지 않았다. 집합건물법은 구분점포의 건축물대장 변경 신청을 받으면 지자체 담당자가 현장에 나가 각 요건을 충족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구청은 A업체가 경계표지와 건물번호 표지를 부착했는지 조사하지 않았다. 문제 지적이 나오자 구청 측은 “현장에 나가 판매시설임을 확인하고 돌아왔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날짜와 조사 내용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A업체가 매입한 마트는 이날까지도 경계를 전혀 구분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이다.

구청은 당시 행정절차를 위반한 점에 대해 법 해석상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할 경우 분할 허가가 가능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을 주관하는 법무부는 해석 차이가 존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집합건물법 제1조에 나와 있는 모든 요건을 갖춰야 구분 점포로 인정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소유권이 성립하는 요건에 대한 규정이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해석이 다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법무부가 발행한 집합건물법 해석 사례집도 건물이 구조상·이용상 독립성을 갖춰야 구분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대법원도 등기 이후 경계가 사라질 경우 구분소유관계가 소멸한 것으로 본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난 4월〈부산일보〉에 행정 절차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구청은 뒤늦게 법무부에 질의를 남겨놓은 상태라면서 답변에 따라 A업체에 추가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받을 경우 경계 표시 등을 하도록 A업체와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A업체가 경계표지, 건물번호표지를 부착할 경우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허가 거부 조치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의회 역시 최근 ‘집합건축물대장 전유부 분할 결정에 대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구성하고 관련 절차에 하자가 없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위 원영숙 위원장은 “해운대구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유착 의혹 등이 밝혀진다면 해운대구가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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