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 구단 부산 쏙 빼놓은 PSG-전북전, 자존심·명분 다 잃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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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이적 PSG와 전북 현대
내달 3일 부산 친선전 추진 논란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에 도움”
부산시, 아이파크에 협조 요청
“시 요구 마냥 무시할 수는 없어”
1부 승격 노리는 부산아이파크
잇단 홈구장 양보 요청에 곤혹
“연고팀·팬 배려 없는 행정 화나”
서포터즈, 1인시위 등 대응 예고

지난달 16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페루의 경기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이 코너킥을 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다음 달 초 이곳에서 전북 현대와 PSG 간 친선경기 개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홈 팀인 부산아이파크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페루의 경기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이 코너킥을 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다음 달 초 이곳에서 전북 현대와 PSG 간 친선경기 개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홈 팀인 부산아이파크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뭔가 이상하다.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바라만 보는 격이랄까. ‘골든보이’ 이강인의 새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이 부산에서 전북 현대와 친선경기를 치른다는 계획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강인은 지난 9일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명문 PSG와 2028년까지 5년간 뛰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어 다음날인 10일 PSG가 방한해 내달 3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K리그1 전북 현대와 친선경기를 갖기로 했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을 달궜다.

이번 친선전은 OTT 업체인 쿠팡플레이의 유럽팀 초청 시리즈의 하나로 기획됐다. 쿠팡플레이는 오는 27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팀 K리그’의 경기, 30일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PSG와 전북 경기가 3일 예정됐다.

이강인이 PSG 유니폼을 입은 지 한 달 만에 국내 팬들에게 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이강인이 프로팀 소속으로 국내에서 뛴 적은 아직 없었다.

하지만 경기 장소가 논란이다. 전북이 경기하는데 장소는 왜 부산일까.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엄연히 부산아이파크의 홈구장인데 전주가 아닌 부산에서?

부산시에선 아직 부산 유치가 확정된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부산시 문화체육국 관계자는 “PSG와 전북전의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개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에선 부산아이파크 구단에 협조를 구한 상태”라면서 “언론에서 왜 장소가 확정된 것처럼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아이파크로서는 부산시의 갑작스러운 홈구장 대관 요청에 난처한 입장이다. 부산아이파크 관계자는 “2주 전 쿠팡플레이 측의 연락을 받았고, 부산시에선 지난주 금요일(7일) 협조 요청을 받았다”며 “2030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부산시의 입장을 존중하지만, 경기장 사용을 요청받을 때마다 솔직히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부산아이파크가 곤혹스러운 건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부산아이파크는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공연으로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내주고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홈경기를 치렀고, 올해 하반기에도 콘서트와 행사 개최가 거론 중이라 홈구장을 내줘야 할 형편이다.

더구나 이번 PSG 부산 경기는 정작 홈팀인 부산아이파크를 배제한 채 다른 팀이 와서 경기를 치른다는 데에 선수들과 팬들은 자존심이 상한 상황이다.

부산아이파크는 올 시즌 K리그2 3위(승점 34·9승 7무 3패)를 달리며 K리그1 승격을 향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선수단에선 비록 2부에 있는 팀이라도 1부 팀인 전북을 데려와 경기한다는 건 팀의 사기를 꺾는 일이라고 전했다.

부산아이파크를 응원하는 팬들 역시 PSG와 전북 경기의 부산 개최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부산아이파크 공식 서포터즈인 ‘P.O.P’는 이번 경기 개최에 대해 명분도 실리도 잃은 결정이라며 부산시의 입장을 비판했다.

P.O.P 문대준 운영위원장은 “부산시의 결정은 연고 구단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는 결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사기업이 유치한 스포츠 경기 행사에, 더군다나 부산 연고 구단도 아닌 타 구단 경기에 아이파크 홈구장을 내주자는 것은 지역 팀과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P.O.P 회원들은 PSG-전북 경기가 강행될 경우 1인 시위를 포함한 단체 행동에 나설 뜻도 밝혔다. 문 위원장은 “부산시가 PSG-전북 경기를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진행한다면 부산시의 체육 행정을 비판하며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고 강하게 밝혔다.

부산시는 지역 연고 프로 구단에 대한 배려 부족 비판을 의식한 듯 한 발 물러선 입장이다.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은 “경기장 대관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게 아니다. 시에선 부산아이파크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부산아이파크 측이 경기장 대관에 난색을 표한다면 굳이 PSG 경기를 유치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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