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자체 ‘청년기금’ 실적 없거나 중단… “지역 특색 고려한 정책 추진을”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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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영도·중구 등 5곳 시행
구체적 정책 부재 ‘속 빈 강정’
청년 자립기반 형성 취지 못 살려

2021년 부산 금정구 청년지원조례 제정 추진위원회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부산일보DB 2021년 부산 금정구 청년지원조례 제정 추진위원회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의 일선 지자체가 지역 청년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청년기금’ 사업을 진행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선심성 지원에 그치거나 집행 실적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한 보다 구체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부산의 16개 구·군청에 따르면, 부산에서 청년기금을 조례로 제정해 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는 남구·부산진구·북구·영도구·중구청 5곳이다. 부산진구청이 2020년 부산에서 가장 먼저 ‘청년미래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시행했다. 중구청은 지난달 조례를 제정했고, 기금 마련과 운용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청년기금은 지역 청년의 자립 기반 형성과 청년 인구 유출 방지를 위해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원금과 기금 이자 수입으로 청년 창업이나 관련 시설 구축 등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청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수혜 대상은 지자체별로 규정한 청년 범위에 포함되는 구민이다. 청년기금을 조례로 제정한 지자체는 기금 목표액을 15억~30억 원으로 정했다. 지자체는 기금 존속기한이 다가오면 조례를 개정해 기한을 연장하거나 폐지할 수 있다. 부산진구청의 경우 청년기금 존속기한이 오는 12월 31일 만료되는데, 구청의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고 정책 수혜층이 청년으로 제한된다는 등의 이유로 시행 중단을 결정했다.

지자체가 의욕적으로 청년 관련 조례를 제정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한 채 사업을 추진하면서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나 부산시에서 청년 대상으로 추진하는 행정·재정 지원과 정책이 유사하다 보니 차별성도 없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부산진구청의 경우 조례 제정 이후 지난 3년 동안 기금 15억 원을 모았다. 창업 공간 임차료 지원, 코로나 긴급 수당, 젊은 청년 사업가 임차료 지원 등에 청년기금의 이자 수익과 원금 등 7억 원 상당을 사용했다. 대체로 단발적인 선심성 지원에 그친 셈이다. 영도구청은 지역의 미취업 청년 대상 취업아카데미 사업과 컨설팅, 취업 상담 등을 계획하고 있다. 청년의 사회 경험과 수준은 높아지지만 청년 정책은 여전히 직업상담 수준에 머무르는 셈이다.

조례를 제정해 놓고 제대로 시행조차 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다. 남구청의 경우 2020년 ‘청년기금’ 조례를 제정했지만 현재까지 집행 실적은 없다. 코로나19로 생계비와 지원금 등 급하게 예산을 사용하는 바람에 3년 동안 기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 구청의 설명이다. 남구청은 올해 예산을 확보해 20억 원 상당의 기금을 조성했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하지 못했다.

북구청도 2021년 청년 인프라 구축과 청년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청년발전기금’을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집행 실적은 없다. ‘청년’이라는 이름만 내걸고 보여주기식으로 졸속 추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북구청 관계자는 “기금의 이자 수익이 미미해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 올해는 기금이 충분히 모여 이자 수익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하반기에 북구의 미취업 청년에게 자격시험 응시료를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지자체가 정부나 시에서 진행하는 청년 정책의 틈을 메우거나 지역별 특색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영구 박진명 문화도시지원센터장은 “적극적인 청년 유입이나 일자리 창출, 주거 여건 마련 등 기초지자체가 어느 부분에 가중치를 둘 것인지를 판단해 세부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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