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 외 대안 없는데”…‘사교육과의 전쟁’이 두려운 지역 학생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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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 대형 입시학원 점차 줄고
서울 대형학원 분원이 대세
사교육 시장도 수도권에 종속
유명 인터넷 강의 의존도 높아
세무조사 등으로 인강 위축 땐
대안 없는 지역 학생 애먼 불똥

2024학년도 수능 대비 7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11일 오전 부산 남구 예문여고 3학년 교실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4학년도 수능 대비 7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11일 오전 부산 남구 예문여고 3학년 교실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수능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 금지 발언 이후 정부가 사실상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부산 학원가의 반응은 싸늘하다. 수도권 강사들의 인터넷 강의(인강)를 중심으로 하는 사교육 문화 탓에 과거 명성을 떨치던 부산 향토 대형 학원은 사실상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지역 학부모 사이에서는 전국적인 인강이 타격을 입으면 지역 학생의 사교육 대안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11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부산에 신고된 입시·검정·보습 학원 수는 663개다. 입시·검정·보습 학원은 통상적으로 수능, 내신 등의 주요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을 강의하는 학원을 의미한다. 과거 국어, 영어, 수학을 한 학원에서 강의하던 ‘입시학원’ 형태는 대부분 모습을 감췄다. 지난달 통계 기준으로 13곳만이 입시학원 형태로 운영되는데 대부분 서울 대형 학원의 분원 형태다.

부산에서 20년째 단과학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강사들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주 1~2회 강의하러 오는 형태로 대형 학원 분원이 운영된다. 과거 건물 통째로 학생을 관리하던 종합학원은 단과학원 형태의 소규모 학원으로 분화됐다”고 말했다.

지역 학원가에 따르면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 타파의 목표로 삼는 대형 학원의 경우 2010년대 초반 인강의 전국화 탓에 급속도로 문을 닫기 시작했다. 부산 사교육 시장에서 대형 입시학원의 빈자리는 인강과 수도권 학원의 분원으로 채워졌다. 자연스레 지역 학원가는 소형 학원 위주로 재편됐고, 지역 학생의 학습 유형도 인강을 수강하고 소규모 학원에서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형태로 급변했다. 학원가의 번창을 상징했던 서면 일대 재수학원도 대부분 독학재수학원 형태로 운영 모습을 바꾼 상태다. 독학재수학원은 서울 본원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수강하고 부산에서는 학사 일정 관리 등만 진행하는 일종의 독서실과 인강의 결합 형태다.

과거 부산 종합학원에서 강사를 지낸 B 강사는 “2010년대 정시 전형이 강화돼 지역 학원의 강점이었던 내신 강의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며 “지역 일타강사들이 수도권 강사들의 강의 능력을 따라가지 못한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학생의 ‘수도권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선포한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지역 학생들이 의도치 않게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형 학원 세무조사, 사교육 카르텔 신고 제도 등으로 인강이 위축될 경우 인강 의존도가 높은 지역 학생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 학생의 경우 사교육 대안이 많지만 지역 학생의 경우 인강 시장이 위축될 경우 사교육 대안을 현실적으로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입시 커뮤니티 등에서도 ‘지역에서 인강 없으면 뭐 듣나’ ‘그나마 커리큘럼 관리해 주는 건 인강 강사뿐인데’ 등의 글이 큰 공감을 받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구 고2 학생의 학부모인 김 모(50) 씨는 “인강이 위축되면 인강에 의존하는 지역 학생이 피해를 보게 될 것 같다”며 “대체재가 많은 서울 학생과 달리 지역 학생은 인강 이외에 대안이 없는 현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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