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두 번째 창설 전국대회… 한국 축구 ‘스타 산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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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회 맞은 청룡기 중고축구대회

1957년 9월 초대 대회 개최
60여 년 이어온 전통·권위 자랑
올해 111개 팀 참가 규모로 성장
세계적 공격수로 빛난 차범근
22회 대회 득점왕 오른 최순호
김도훈·이영표·이승원 등
숱한 유망주 탄생의 장 역할

지난해 7월 경남 고성군에서 열린 제59회 청룡기 고교축구대회 정상에 오른 충남 천안제일고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7월 경남 고성군에서 열린 제59회 청룡기 고교축구대회 정상에 오른 충남 천안제일고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부산일보DB

국내 중고교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올해 청룡기 전국중고등학교축구대회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60회째를 맞는 청룡기 축구대회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2일까지 15일간 고등부 대회(청룡기 전국고교축구대회)가 경남 고성군 일원에서 펼쳐진다. 내달 5일부터 17일까지 13일 동안은 같은 장소에서 중등부 대회(청룡기 전국중학교축구대회)가 이어진다. 1957년 창설된 청룡기 대회는 60여 년의 긴 역사 동안 미래 스타들의 경연장으로서 한국 축구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구덕야구장에서 열린 1회 대회

현재 〈부산일보사〉와 대한축구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부산시축구협회와 고성군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1957년 9월 12일 첫 대회가 열렸다. 당시 전국 규모 중고교축구대회라고는 서울에서 열리던 대한축구협회 주최 선수권대회밖에 없었다. 청룡기 대회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창설된 전국 규모 중고등학교 축구대회였다. 또 지역에서 개최된 첫 전국축구대회이기도 했다. 〈부산일보사〉와 당시 경남축구협회는 부산경남 등 지방 축구의 발전과 지역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청룡기 대회 창설에 뜻을 모았다.

1957년이면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은 시기였다. 국가 경제나 사회적으로 모든 것이 부족하고 열악한 시절이었다. 첫 대회가 열린 장소도 축구장이 아니라 구덕야구장이었다. 한국전쟁 중 미군이 점용한 탓에 구덕축구장은 기름범벅이 돼 있던 데다, 제38회 전국체육대회 개최를 위해 개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당시 구덕야구장 관중석은 본부석에 3단짜리 스탠드만 있었고, 나머지는 맨 언덕이었다. 조명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준결승 한 경기와 결승전은 다음 날 재시합으로 치러졌다. 이 때문에 9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잡혀 있던 대회 일정은 이틀이 늘어나 18일까지 진행되는 변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청룡기 대회는 60회까지 중단 없이 이어져 왔다. 중고등부 대회를 격년제(2006~2018년)로 열었던 시기를 포함하면 햇수로는 67년째 지속되면서 전통과 권위를 갖춘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경기 규정이나 개최장소 등의 변화는 있었지만, 대회가 열리지 않은 적은 없었다.


청룡기 전국중고교축구대회가 1957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60회를 맞았다. 제1회 대회에서 우승한 경남상고와 해동중 기사가 게재된 1957년 9월 20일자 부산일보 지면. 부산일보DB 청룡기 전국중고교축구대회가 1957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60회를 맞았다. 제1회 대회에서 우승한 경남상고와 해동중 기사가 게재된 1957년 9월 20일자 부산일보 지면. 부산일보DB

■차범근·박지성·양현준 등 배출

67년 세월 동안 숱한 유망주들이 청룡기 대회를 발판 삼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로 성장했다. 초창기 한국 대표팀 골잡이로 활약한 이회택(동북고)을 비롯해 김호(동래고), 김정남(한양공고), 이차만(경남상고), 차범근(경신고), 신문선(서울체고), 최순호(청주상고), 김도훈(학성고), 최용수(동래고), 이영표(안양공고), 박지성(수원공고)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청룡기를 거치며 이름을 알려 나갔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세계적인 공격수로 활약한 차범근은 1969년 13회 대회 때 출전해 폭발적인 드리블과 슈팅으로 부산 팬들을 매료시켰고, 해설위원으로 잘 알려진 신문선은 1975년 19회 대회에서 신생팀 서울체고를 일약 준우승으로 올려놓으며 미기상을 수상했다. 최순호는 22회 대회(1978년)에서 득점왕에 올랐고, 김도훈은 32회 대회(1988년)에 출전해 울산 학성고를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히기도 했다.

최근엔 K리그1의 ‘신성’ 양현준(부산정보고)과 2023 20세 이하(U-20) FIFA 월드컵에서 3골 4도움으로 브론즈볼을 수상하며 한국의 4강 진출에 앞장선 이승원(용인시축구센터 U18덕영)이 청룡기를 통해 기량을 뽐낸 바 있다.

부산시축구협회 백현식 회장은 “청룡기 축구대회는 1957년부터 시작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라며 ”어느 대회보다 많은 프로선수와 국가대표를 배출해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 이바지했고, 한국 축구의 미래이자 유망주들의 탄생의 장으로 역할해 왔다”고 평가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어느덧 60회를 맞는 이 대회는 오랜 전통만큼이나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배출해 왔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인재들이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1회 때 고교 10개 팀, 중학교 5개 팀 포함 15개 팀이 참가했던 대회는 올해 고교 69개(유스컵 30개 팀), 중학교 42개 팀(유스컵 19개 팀) 등 모두 111개 팀이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로 발전했다. 부산에서 열리던 청룡기 대회는 2005~2018년 경남 김해시, 2018년부터는 경남 고성군으로 옮겨 개최되고 있다.

초대 대회 우승은 부산 경남상고(현 부경고)와 부산 해동중이 차지했다. 부산 동래고와 동래중이 각각 6회와 8회 정상에 올라 가장 많이 우승한 팀으로 남아 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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