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박기 텐트’ 얌체족 빠진 자리에 낙동강 변 모습 오롯이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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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본포공원 등 금지 조치
장기 선점 40여 채 스스로 철거
남은 곳은 행정대집행도 불사
골칫거리 걷혀 나들이객 반색

1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본포수변생태공원에 알 박기 텐트가 철거돼 주변이 훤해졌다. 1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본포수변생태공원에 알 박기 텐트가 철거돼 주변이 훤해졌다.

“싹 치우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네요.”

장대비가 내린 1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본포수변생태공원. 궂은 날씨에 평소 캠핑족으로 시끌벅적한 곳이 한적하다. 빽빽이 자리잡고 있던 ‘알 박기 텐트’(부산일보 6월 15일 자 2면 보도)도 대부분 철거되면서 오랜만에 수변공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런데 간간이 시야에 걸리는 텐트가 분위기를 망친다. 줄잡아 10여 채. 안에는 아무도 없다. 얌체 캠핑족들이 주말이나 휴일에 세컨하우스 형태로 사용하려 설치해둔 것들이다. 주변을 사유지처럼 꾸며 놓거나 이불이나 버너 등을 놓아둔 텐트도 있다. 일부는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이들 텐트엔 ‘철거 안내문’이 붙었다. 야영 및 취사가 금지되니 텐트 등 시설물을 철거해 달라는 내용이다.

낙동강변 골칫거리였던 ‘알 박기 텐트’가 하나, 둘 걷히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 1일 본포수변생태공원 등에 야영과 취사를 못하도록 지정·고시했다. 정부의 4대강 사업 당시 조성된 본포수변공원은 화장실과 수도 등 캠핑하기 좋은 조건을 갖춘 데다, 무료라 캠핑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일부 얌체족들이 적게는 수일, 많게는 1년 이상 점거하는 통에 정작 시민들은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불만이 커졌다.

일대를 캠핑장으로 양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인근에 본포취수장이 있어 불가능했다. 결국 계속된 계도에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자 참다못한 창원시가 칼을 빼든 것이다. 지정·고시를 위반하면 100~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달 50여 채에 달하던 알 박기 텐트가 대부분 자진 철거됐다. 주변인 눈에 띄지 않는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 시간 가져간 것으로 파악된다.

시 관계자는 “텐트를 철거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밤사이 1~2채씩 철거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실제 과태료 부과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남은 건 10여 채 정도다. 당장 텐트 주인을 알 수 없어 과태료 부과는 쉽지 않다. 시는 2개월 계도 기간을 거쳐 남은 텐트의 자진 철거를 유도한다. 이후 행정대집행을 해야 하는데 물리적 충돌은 피하기 위해서다.

공원 내 야영·취사는 안 되지만 다목적광장에선 2박까지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시내 근교에 위치해 시민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을 일부 얌체족들 때문에 완전히 막을 순 없어서다.

다만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다목적광장은 비교적 협소해 주말 등 캠핑족이 몰리면 또 다른 민원이 발생할 수도 있어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숙박 가능 일수를 줄인다든지, 캠핑 가능 인원에 제한을 둔다든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 “무질서하게 이용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율에 맞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창원시민 하동석(34) 씨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다른 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는데, 철거가 당연하다. 염치가 있으면 애초 알박기도 안 했을 것”이라며 “풍선효과처럼 다른 곳에서 또 그러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강대한 기자 kdh@busan.com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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