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수욕장, 기록적 장맛비에 100만 인파 사라졌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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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이후 보름간 방문 178만 명
작년 282만 명보다 37%나 줄어
송정만 서핑 수요 몰려 체면치레
경남도 곳곳 안전요원만 덩그러니

부산·경남 지역 해수욕장이 개장 이후 보름 동안 이어진 장맛비로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지난 15일 흐린 날씨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경남 지역 해수욕장이 개장 이후 보름 동안 이어진 장맛비로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지난 15일 흐린 날씨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부산·경남 지역 해수욕장이 개장 이후 연이은 장맛비로 썰렁한 모습이다. 부산에서는 날씨 영향 등으로 해수욕장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100만 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일 부산 7개 해수욕장이 개장한 이후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에 비해 100만 명 이상 감소했다.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해수욕장 방문객을 취합한 결과 총 178만 705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82만 7228명에 비해 37%가량 줄어든 수치다.

특히 지난해 93만 3976명이 찾은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은 올해 방문객 수가 62만 9721명으로 30만 명 이상 뚝 떨어졌다.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도 지난해 84만 5600명에서 올해 61만 1640명으로 지난해 대비 23만 명가량 방문객 수가 감소했다.

해수욕장 개장 후 이어진 흐리거나 비 오는 날씨가 방문객 감소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부산에는 비 오는 날이 10일 이상 이어졌다. 비가 오지 않은 날에도 구름이 많아 낮 시간대 평균 기온이 25도 전후로 높지 않았다.

비가 내릴 때는 호우 경보에 강풍 주의보까지 더해지는 등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고 거센 바람까지 불면서 해수욕장을 찾는 방문객의 발길은 자연스레 뜸해졌다.

이같은 궂은 날씨 탓에 해수욕장에서 이뤄지는 각종 행사가 연기·취소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영구는 지난 15일 예정된 광안리 M 드론라이트쇼를 취소했다. 반면 우천 시에도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을 보면, 방문객 수는 지난해 대비 9% 수준으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더욱이 지난 5월 정부의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첫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여름철 특수’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던 해수욕장 인근 상가 또한 매우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낮 12시께 찾은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의 한 카페도 평소와 달리 내부가 텅 빈 상태였다. 바닷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션뷰’ 카페로 주말마다 손님이 가득했지만 카페 내부에는 손님이 매우 적었다. 해수욕장 백사장에도 서핑을 즐기려는 일부 관광객을 제외하고 해수욕객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14일 찾은 광안리해수욕장도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피서객보다는 인근 식당, 술집 등을 찾는 방문객이 주를 이뤘다.

카페 매니저 조 모(36) 씨는 “해수욕장 개장 시즌 주말에는 방문객이 워낙 많아 주차장이 가득 차고 주차 공간 또한 부족해 노상주차장을 추천할 정도였다”면서 “장마 때문에 지금은 주차장 자리가 많이 남아 주차요금도 받지 않고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 건 경남지역 해수욕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경남도에는 거제와 남해 등 5개 지자체에서 26곳의 공설해수욕장이 운영 중이다. 빠른 곳은 지난 1일, 늦은 곳은 7일 개장식을 고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들어갔다.

하지만 개장한 지 1~2주 내내 비가 오락가락 내리면서 모든 해수욕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경남의 대표 해수욕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남해 상주은모래비치 역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1000명도 채 찾아오지 않고 있다. 백사장에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안전요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주말마다 비가 내린 탓에 하루 이상 머물다가 간 관광객은 손에 꼽을 정도다. 경남지역 해수욕장이 개장한 이후 15일까지 집계된 피서객은 5만 229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개장 후 2주) 집계된 8만 3000여 명에 비해 3만 명 이상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수욕장 주변 일부 가게들은 점심 때가 지나도록 문을 열지 않기도 했다.

이에 여름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10여 년 동안 남해 상주은모래비치에서 점포를 운영해온 한 상인은 “해마다 장마가 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피해를 예상하지만 올해는 정말 그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대도시 해수욕장에 비해 (남해는) 상대적으로 발전이 덜 돼 있어 야외활동이 주가 될 수밖에 없는데 매주 주말마다 비가 오고 있어 타격이 더 크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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