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리원전 10년 단위 ‘계속 운전’, 신중한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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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상반기까지 신청 ‘성급’
지역 주민 함께 안정성 확인해야

기본 운영 허가 기간이 40년인 원자력발전소를 안전성 검증을 토대로 10년 단위로 추가 운영하는 '계속 운전' 추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고리원전 2호기. 부산일보 DB 기본 운영 허가 기간이 40년인 원자력발전소를 안전성 검증을 토대로 10년 단위로 추가 운영하는 '계속 운전' 추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고리원전 2호기. 부산일보 DB

기본 운영 허가 기간이 40년인 원전을 10년 단위로 추가 운영하는 ‘계속 운전’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4월 고리 2호기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 것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수명이 끝날 예정인 원전은 총 10기에 달한다. 이에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들 원전의 계속 운전을 신청해 운영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 산업 생태계 강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앞세운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원전 10기의 운영 허가 연장 결정은 향후 우리나라 원전 계속 운전 정책의 기준을 세우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밖에 없기에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 믹스(에너지원 구성) 내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백지화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와 더불어 노후 원전 계속 운전이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으로 보인다. 정부는 철저한 안전 검증을 바탕으로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자,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이라고 설명한다. 심지어 산업부에서는 “운영 허가 기간은 별도 심사 없이 가동하도록 한 기본 기간을 뜻하는 것이지, 이것이 끝났다고 원전 수명이 끝났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는 방어 논리까지 나오는 판이다.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안전하다는 확실한 보장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정지된 원전에 대해 설비 안전 점검을 거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재가동해도 좋다고 승인을 내준다. 그런데 재가동을 승인받고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원전이 정지하는 사고가 지난 38년 동안 150건이나 발생했다. 원전별 재가동 승인 후 3개월 이내 정지 건수는 고리 2호기가 27건으로 가장 많았다. 수명 연장을 노리는 노후 원전은 부산 고리 2·3·4호기, 울진 한울 1·2호기, 경주 월성 2·3·4호기 등 대부분 부울경에 밀집해 있다. 솔직히 누구를 위한 수명 연장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태풍이나 지진은 말할 것 없고 물난리 같은 재난 소식이 들려도 부울경 주민들은 원전 걱정부터 한다. 세계 최대 대도시 주변 원전 밀집지인 데다 기존 원전 시설이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역할까지 하고 있어서다. 고리원전에 저장되는 사용후핵연료는 2031년 포화 상태에 이른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안도 없는 상황에서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까지 더 가동하는 것은 원전 산업 부흥을 위해 지역 주민의 안전을 외면하는 처사다. 원전 수명 연장은 국가 주도 사업이란 명분으로 강압적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국민적 동의를 받기는 어렵다. 지역 주민과 함께 시간을 두고 안전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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