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월북에 북도, 바이든도 ‘묵묵부답’… 중 “북미 대화 기회”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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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북 아무런 응답 없어”
바이든, 취재진 질문에 언급 안 해
북 인도적 명분에 대화 가능성도
“월북 5~6건, 수년간 자아비판”

지난 18일 트레비스 킹(왼쪽에서 세 번째)이 월북하기 직전 판문점을 방문 중인 여행객들 사이에 서 있다. 킹은 이 사진에 찍힌 직후 월북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8일 트레비스 킹(왼쪽에서 세 번째)이 월북하기 직전 판문점을 방문 중인 여행객들 사이에 서 있다. 킹은 이 사진에 찍힌 직후 월북했다. AP연합뉴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무단으로 월북한 미군 병사의 소재를 파악 중인 미국이 북한 측으로부터 아직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미군 월북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는 미군의 월북 사건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소통을 재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판문점을 통해 월북했던 미군들은 북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국방부가 북한군 카운트파트에 연락했다. 그러나 이런 통신에 북한이 아직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몇 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부 차원에서는 워싱턴DC에 있는 대사관을 포함해 한국과 스웨덴 정부와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방부가 어제 가까운 친족에게 연락했고 이후 그의 신원을 공개했다”며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유엔이 모두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킹이 자발적으로 국경을 넘은 상황에서 송환을 희망하겠느냐는 질문엔 “그의 안전과 본국 송환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쟁위원회 행사 연설 직전 이 사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대하지 않았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은 “바이든 대통령은 킹이 북한으로 넘어갈 때 망명 의도가 있었다고 보느냐는 여러 차례의 질문을 무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킹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북한과 미국이 소통을 재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대화 재개로 긴장을 완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자국 전문가의 주장을 전했다.

중국 내 한반도 논객인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자진 월북한 것에 주목하며 이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미국에 더 많은 수단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락을 취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군사적 접근과 별개로 외교 루트를 통해 북한과 협상을 타진하고 북한은 인도적 차원에서 협조한다는 명분을 손에 쥔 채 미국과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한편 킹과 과거 비슷한 선택을 했던 다른 이들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그동안 5~6건의 월북 사례가 있다”고 이날 소개했다.

북한은 미군 병사들이 서방의 자본주의적 삶을 버리고 사회주의 낙원을 택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북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1966년 주북한 소련 대사관을 통해 망명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고, 결코 북한을 떠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 매체는 “미국인들은 (북한에서의) 상당 부분을 자아비판으로 보냈으며, 하루 10시간 넘게 김일성의 지독하게도 지루한 가르침(주체사상)을 강제로 배워야 했다”고 덧붙였다. 2004년 월북한 미군 병사 중 유일하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젠킨스는 북한 당국이 자신들에게 감시역을 겸한 여성 요리사를 배정하고 성관계를 강요했으며 자신이 이를 거부하자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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